▲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모르쇠 입장으로 일관해오던 것과 달리 삼성의 승마 특혜 지원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될 만한 진술을 내놨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오는 20일 두 번째 구속영장 심사를 받는다. 관건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업무방해)와 청담고 부정출결(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법원은 정씨의 범죄 가담 정도가 낮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은 세 차례에 걸쳐 정씨를 소환했고, 삼성의 승마 특혜 지원 의혹 확인에 집중했다. 전 남편 신주평 씨와 아들의 보모까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결국 정씨는 ‘입’을 열었다.

◇ 검찰의 승부수… 범죄수익은닉 혐의 추가 적용

검찰 조사와 정씨의 진술 내용을 종합하면, 그는 삼성의 승마 지원을 인지하고 있었다. 명마 블라디미르와 스타샤의 교체 과정을 알고 있었던 것. 당초 정씨는 삼성으로부터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비타나V·라우싱1233 세 필을 제공받았다. 세 필을 합한 가격은 30억원이 넘는다. 최씨는 이를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교환했다. 부족한 금액은 최씨 소유의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가 지불했다. 이와 관련, 정씨는 최씨가 보태기로 한 차액이 제때 입금되지 않아 말 중개업자가 짜증을 냈던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말세탁’으로 해석했다. 삼성의 승마 지원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말을 교체했다는 얘기다. 특히 정씨는 덴마크 올보르로 거처를 옮긴 이유를 ‘블라디미르를 타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삼성의 지원에 대해 최씨가 입단속을 시킨 사실도 밝혔다. 이로써 그간 모르쇠로 일관했던 정씨의 주장이 신빙성을 잃게 됐다. 주목할 부분은 코어스포츠다. 한때 최씨의 측근으로 불린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은 코어스포츠에 대해 “최씨가 삼성 돈을 받기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라고 주장했다. 실제 삼성은 약 78억원을 투자했다.

검찰은 또 정씨가 코어스포츠에서 허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매달 5,000 유로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했다. 2015년 설립 이후부터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 1년여 동안 우리 돈으로 7,500만원 이상을 월급으로 수령한 것. 정씨 또한 삼성의 지원을 받는 데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말세탁과 관련된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삼성의 무상증여라는 검찰의 전제가 틀린 만큼 범죄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말은 삼성 소유다. 이에 검찰에선 허위계약으로 반박하고 있다.

▲ 정유라 씨에 대한 구속 압박에 최순실 씨의 고뇌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딸에게 관용을 베풀어달라며 법정에서 오열한 그는 정씨의 재판이 본격화될 경우 변심 가능성이 점쳐진다. <뉴시스>
따라서 정씨의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말세탁 의혹과 코어스포츠 역할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불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혐의의 핵심이 바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기 때문이다.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78억원을 투자한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준 데 대한 대가라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은 “대가성 없는 지원”이라고 반박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 최순실의 ‘아킬레스건’, 박근혜에게 ‘불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선 불리한 상황이다. 여기서 정씨가 구속된다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최씨의 아킬레스건이 정씨이기 때문이다. 그는 딸을 보호하기 위해 구속을 무릅쓰고 귀국했다. 딸의 압송 소식에 법정에서 흥분하고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로 공모 관계를 부인하고 있으나, 정씨의 신변 이상은 최씨를 자극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정씨가 ‘럭비공’으로 불릴 만큼 통제가 되지 않아 최씨의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일까. 정씨에 대한 검찰의 조사 범위도 확대됐다.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덴마크 정부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덴마크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범죄 혐의만 사법 처리를 할 수 있어서다. 앞서 검찰은 덴마크 정부에 정씨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당시 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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