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레일이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행보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천명했다. 이는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뿐 아니라, 양극화를 해소하고 노동과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보였다.

이후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부문에서도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적 열망 속에 탄생한 새 정부와 발걸음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코레일은 시대의 변화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에서 노동관련 정책의 ‘선봉대’ 역할을 했던 코레일이기에 더욱 주목을 끈다.

◇ 새 정부 의지 역행… 부족한 비정규직 인식

코레일은 최근 ‘철도산업 일자리창출 추진단 TF’를 구성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발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다소 동떨어져있다. 철도노조의 지적에 따르면, 코레일 ‘철도산업 일자리창출 추진단 TF’의 세부 실행방안에는 ‘정규직화’, ‘직접 고용’ 등의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비정규직의 합리적 고용안정 방안 및 고용 유형에 따른 근무 보수기준 등 마련’, ‘비정규직 아웃소싱 관련 분야별 세부 실행과제 이행관리’ 등이 과제로 명시돼있다.

즉, 해당 TF의 과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닌, 비정규직 및 외주화의 관리 방안인 것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만든 TF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 물타기일 뿐 아니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려는 작업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가장 최근 코레일의 수장을 맡았던 최연혜 전 사장(왼쪽)과 홍순만 현 사장.
◇ 최연혜-홍순만… ‘친박의 그늘’ 드리운 코레일

이 뿐 아니다. 코레일 측 관계자들은 최근 노사협의 회의에서도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코레일에는 비정규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는 코레일이 직접고용 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또한 “아직 정부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 “컨트롤타워도 없다”, “5년 동안 비정규직을 제로화 한다는 것이지 당장은 아니다”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사안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코레일 모습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서 코레일은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2013년부터 불명예 퇴진한 올해 초까지, 코레일과 철도공사는 4년 새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을 두 번이나 갈아치웠다.

첫 번째 갈등은 철도민영화, 두 번째 갈등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원인이었으며, 이는 모두 정권 차원에서 적극 추진한 것이었다. 첫 번째 갈등 당시 정부는 철도노조 간부 검거를 위해 대규모 경찰 병력을 투입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지난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논란에 휩싸이자, 코레일은 ‘선봉대’ 역할을 하며 역대 최장기간 파업사태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기 코레일 수장으로 임명된 이들도 논란을 낳았다. 2013년 취임한 최연혜 전 사장은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물러난 뒤, 지난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현재도 대표적인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최연혜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홍순만 사장 역시 ‘친박 낙하산’이란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순만 사장은 대표적 친박 정치인인 유정복 인천시장의 측근으로, 인천시 경제부시장까지 지낸 바 있다. 취임 이후엔 노조의 거센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였다.

이처럼 코레일은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에서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실패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바뀐 세상으로부터 저 멀리 뒤처지는 모습이다.

철도노조는 이 같은 코레일의 행보에 대해 “새 정부가 국민에게 한 첫 번째 약속인 좋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자신의 기득권 유지 수단으로 변질시키려는 철피아 적폐 세력의 저항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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