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청와대 충무실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보수언론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논조로 돌아섰다. 취임 초기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를 극찬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언론과의 짧은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초가 된 것은 두 가지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통일안보 특보의 발언과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낙마다. 앞서 문정인 특보는 미국 워싱턴 윌슨 센터와 한국 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중단을 전제로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자산 축소를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한미동맹을 우려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 추미애, 언론보도에 불편 “호들갑을 떨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 긴장을 증폭시키고 북한의 대응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문정인 특보의 발언에 대해 “북한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문정인 특보에게 연락해 “앞으로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한 발 물러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율안된 발언으로 안보가 우려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에 앞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낙마도 집중 조명됐다. 안 후보자 개인에 대한 논란과 함께 청와대와 민주당의 이견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까지 전파를 탔다. 불미스런 이력이 확인된 안 후보자에 대한 보도는 그 자체로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에 민주당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19일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추미애 대표는 “문정인 특보가 사드 문제가 가져올 수 있는 종합적인 문제를 거론했다고 해서 이것이 마치 대통령의 방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과도한 언론의 논평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국내 언론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 예상됐던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 ‘연착륙’ 고민 시점

▲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낙마 등 인사문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국면에 접어들었다. <리얼미터>
이와 관련,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언론과의 허니문이 끝나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석에서 이 의원은 “당내에서는 언론의 논조가 취임 초기와는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시기가 빠르다. 지지율 연착륙을 슬슬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90%가 넘나드는 지지율 고공행진은 언론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취임 초기 문재인 대통령의 인선·정책·소통 행보에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비판의 목소리는 되도록 자제했다. 어용지식인을 자처한 유시민 작가는 “고령 유권자들도 70%가 문재인 정부를 잘한다고 평가하는 게 언론이 제공하는 허니문 효과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허니문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바로 지지율로 나타났다. 19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3.3% 포인트 하락한 75.6%를 기록했다. 일간으로 살펴보면 지난 16일에는 72.1%까지 떨어졌다. 반면 부정평가는 2.7%포인트 상승해 17.4%로 나타났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능>

다만 보수진영과 야권이 무기력하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단계는 아니라는 분위기다. 민주당의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초선의원은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지금의 야권에는 인물도 없고 콘텐츠도 없지 않느냐”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빠진다고 해서, 그 빠진 지지율이 야당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것을 담아낼 그릇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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