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뱅 탑은 최근 대마초 흡연이 적발돼 큰 논란에 휩싸였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순식간이었다. 당대 최고의 스타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까지. 빅뱅 탑의 이야기다. 원만하게 군생활에 적응하는 듯 했던 그는 갑작스런 대마초 논란에 휩싸였고, 깊은 잠에 빠져 중환자실까지 다녀왔다. 이 모든 게 불과 며칠 새 벌어진 일이었다.

탑이 의식을 되찾고, 병원을 옮긴 뒤부터는 뜨거웠던 세간의 관심도 금세 식었다. 이제 탑은 자신이 저지른 일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재판을 앞두고 있다. 탑이 일정 부분 혐의를 인정한 만큼, 법원에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탑에 대한 판결이 내려지면, 세간의 관심은 또 다시 탑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마초 사건이 처음 알려지고,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을 찾았을 때보단 관심이 덜할 것이다. 이제 대중에게 탑은 ‘소속사의 어린 여자 연습생과 대마초를 피우고, 그것이 알려지자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쓰러진 사람’이란 냉소적인 인식이 강하게 박혔다.

만약 탑이 정상적으로 언론 앞에 서서 사과의 뜻을 밝히고, 추후 절차를 밟았다면 지금처럼 조롱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대마초도 대마초지만, 중환자실과 휠체어가 대중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겨줬다는 말이다.

문제는 탑이 남긴 후폭풍이다. 탑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빅뱅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멤버다.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 저음이 인상적인 목소리 등 그의 존재감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 특히 빅뱅에서 랩은 주로 지드래곤과 탑이 맡아왔다. 두 사람의 각기 다른 개성이 매력 포인트 중 하나기도 했다. 따라서 탑 없는 빅뱅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고, 전체적인 균형감도 크게 잃는다.

즉, 탑의 이번 대마초 사건은 자칫 더 이상 ‘정상적인’ 빅뱅을 보지 못하는 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 탑은 대마초 뿐 아니라 사후행보에 있어서도 대중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상당한 자숙기간이 필요해 보이고, 그 후에도 대중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빅뱅은 탑을 시작으로 줄줄이 군입대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 2년간 개인활동이 아닌 빅뱅 활동에 역량을 집중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첫 입대자인 탑은 입대 4개월 만에 군대를 ‘중도하차’했다. 또한 제대 후에도 정상적인 복귀는 쉽지 않아졌다. 탑은 올해 우리나이로 31살이다. 재판을 받고 다시 군복무를 하고, 다른 멤버들의 군복무를 기다리면 어느덧 삼십대 중반의 나이가 된다. 추가적인 자숙기간 등을 고려하면 너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빅뱅 뿐 아니다. 이미 소속 연예인들이 대마초 및 마약 관련 논란에 여러 차례 휩싸인 바 있는 YG엔터테인먼트도 큰 상처를 입었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다 이제는 아예 사법처리 대상이 된 상태다. 이미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탑은 소속사 연습생과 함께 대마초를 피웠다. 관리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향후 YG가 내놓을 신인들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YG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고려하면, 고민이 깊어질 만한 상황이다.

▲ 대중은 대마초 외에도 탑이 보여준 행보에 크게 실망했다. <뉴시스>
물론 많은 연예인들이 다양한 사건사고에 휩싸이고도 다시 연예계 활동에 복귀하곤 한다. 빅뱅 탑 역시 다시 무대에 오르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무조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그전에 탑은 반드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마초는 물론이고, 그 이후 보인 납득하기 힘든 행보에 대해서도 설명 또는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대중이 바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소한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라도 했다면, 지금처럼 탄핵 당하고 구속되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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