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코그룹의 3세 후계작업은 미보기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코그룹은 자동차부품업계에서 오랜 전통과 탄탄한 실적을 갖춘 중견그룹이다. 서진오토모티브, 서진캠, 서진산업 등 국내에만 13개 계열사가 있고, 차체·샤시·엔진용 캠·범퍼·그릴·콘솔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한다. 주요 계열사의 매출액만 2조원을 훌쩍 넘길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세코그룹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세코그룹의 모태는 서진산업이다. 기아자동차 창업주 고(故) 김철호 회장의 사위인 고(故) 배창수 회장이 장인에게 부품회사를 물려받아 서진산업을 설립했다. 이후 2세 배석두 회장이 기아차라는 든든한 고객과 함께 회사를 한층 더 성장시켰다.

1990년대 후반, 기아차가 무너지면서 위기도 겪었다. 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을 지닌 서진산업이 외국계로 넘어갔다. 하지만 위기 뒤에 기회도 찾아왔다. 기아차가 현대자동차에 인수되면서 더욱 든든한 고객이 생겼고, 배석두 회장의 공격적인 인수합병도 빛을 발했다. 결국 세코그룹은 서진산업을 다시 되찾아오며 자존심도 회복했고, 현재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 작지만 남다른 존재감 지닌 미보기아

이처럼 알짜 중견그룹 중 하나인 세코그룹엔 흥미로운 계열사가 하나 있다. 미보기아다. 미보기아가 흥미로운 이유는 3세 배기욱 서진캠 전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미보기아는 세코그룹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위치해있다. 가장 최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보기아는 세코그룹의 핵심인 서진캠 지분을 27.3% 보유 중이다. 서진캠의 최대주주가 미보기아다.

그밖에도 미보기아는 (주)연합 지분 10.9%, (주)넵스테크놀러지 지분 21.8%, SECO Holdings 지분 100%, SECO 중앙연구소 지분 16.7%, 한솔씨앤엠(주) 지분 94.1%를 갖고 있다. SECO Hoidings의 경우 서진캠 지분 11.1%를 보유 중이기도 하다.

즉, 배기욱 전무가 미보기아와 SECO Holdings를 통해 온전하게 보유 중인 서진캠 지분은 38.4%에 달한다. 서진캠은 다시 에스제이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 중이고, 에스제이홀딩스는 서진산업, 영풍기계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 다른 한 축은 서진오토모티브다. 서진오토모티브의 최대주주는 배석두 회장으로 26.29%를 보유 중이며, 서진캠이 22.53%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서진오토모티브는 다시 에코플라스틱, 코모스, 세코글로벌 등으로 가지를 이어간다.

▲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미보기아 연간매출액 및 서진캠을 통해 올린 매출액. <시사위크>
◇ 어느덧 전무로… 경영 전면 등장 임박한 ‘3세’

이처럼 미보기아는 세코그룹 3세 배기욱 전무의 후계구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문제는 미보기아가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보기아는 지난해 239억원의 매출액 중 135억원을 서진캠으로부터 올렸다. 2015년 역시 235억원의 매출액 중 서진캠이 131억원을 차지했다. 절반을 훌쩍 넘는 수치다.

서진캠에 대한 미보기아의 의존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보기아가 설립된 2010년 매출액은 68억원에 불과했고, 당시 서진캠을 통한 매출액도 8억원대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미보기아는 2011년 136억원, 2012년 199억원, 2013년 243억원, 2014년 254억원으로 매출액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진캠을 통한 매출액 역시 49억원, 84억원, 111억원, 135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한 모습이다.

주목할 점은 배기욱 전무가 후계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배기욱 전무는 줄곧 계열사 임원 등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었고,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서진캠의 지난해 1분기 분기보고서부터 배기욱 전무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직위는 상무, 재직기간은 1년으로 기재됐고, 이는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전무로 바뀌었다.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후계작업을 완전히 매듭짓기 위해선 합병 등 복잡한 과정이 여전히 남아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각종 ‘꼼수 승계’에 대한 감시가 한층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만한 마무리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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