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소속 정우택 운영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야당은 20일 문재인 정부의 인사 책임을 묻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의 출석을 요구할 예정이었지만 고성과 삿대질만 오가다 파행으로 끝났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소속 운영위원 11명은 조국 민정수석·조현옥 인사수석·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운영위 출석 요구 안건 의결 절차를 밟기 위한 운영위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부실 인사 검증을 따져 묻기 위해서다. 국민의당은 요구서에 서명은 하지 않았으나 그 필요성을 인정해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조 민정수석 등에 대한 출석 요구는 여야 간사 간 합의가 되지 않아 안건에 오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애당초부터 운영위 소집 자체에 반발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야당의 조 민정수석 출석 요구는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었던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날 운영위는 민주당 의원들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오후2시15분께 개회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정우택 운영위원장은 “오늘 논의할 의사일정에 대해서는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회의에 참석한 위원님들 자유롭게 발언 바란다”고 했다.

첫 번째로 ‘자유발언’을 신청한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청와대 인사검증과 관련해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후보자 임명이 강행되고 있는 가운데 연이은 인사 실패는 묵과할 수 없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하는지 답답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사검증 책임자들은 변명만 늘어놓고 있어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점검하고 책임소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 민정수석 등의 운영위 출석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홍근·강훈식·송옥주·박용진·조승래·이훈·제윤경·조응천 등 민주당 소속 운영위원들은 민 의원의 발언 도중 항의 차 회의장에 입장했다. 민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발언을 이어나가자 민주당 측에서는 “자유한국당만 말하는 곳이 아니지 않느냐” “(발언하지 말고) 그냥 서류로 제출하시라” “의사진행발언을 하려면 신청을 하고 시간제한을 둬라” “마이크 내려놓으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민주당을 향해 “왜 늦게 들어와서 그러느냐” “일단 진행 중이니까 들어보고 말을 하라”고 반박했다. 발언을 마친 민 의원은 민주당의 계속된 항의에 “의사진행발언을 한 게 아니고 위원장 허락 받고 하는 것”이라며 소리를 질렀다. 민 의원은 분을 참지 못한 듯 회의장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려치기도 했다. 이에 이훈 민주당 의원이 “왜 (책상을) 치느냐”고 맞받아치는 모습도 있었다.

정태옥 한국당 의원은 “국회가 할 일은 청와대가 하는 일에 대해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왜 인사 과정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는지 조목조목 따지기 위해선 운영위가 빨리 열릴 필요가 있다. 국민 입장에서도 궁금한 게 많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운영위 여는 것에 찬성을 안 하더라도 이왕 열린 거 열심히 활동하셔서 인사청문회, 안보가 위기에 처한 원인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결국 민주당은 회의장에 들어온 지 한 시간도 안 돼 퇴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퇴장 직전 발언에서 “운영위는 국회를 대표해서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하는 곳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새로 보임된 위원 간) 상견례도 하고 간사도 선출하고 간사 협의를 통해 의안도 정하고 하는 정상적 운영을 (한다면) 그 누가 반대하겠느냐”며 “그런데 이번 운영위는 그 절차 앞뒤가 바뀌었고 관행에 따른 절차가 깡그리 무시됐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 자체가 성립되는 게 부당하다, 앞으로 이런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것을 엄중히 밝히면서 퇴장하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간 공방에 뒤늦게 발언권을 얻은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너무 감정적인 것 같다. 서로를 존중해주시면 좋겠다”며 “빠른 시간 안에 운영위가 소집돼서 청와대 여러 문제에 대해 현안보고를 받을 수 있도록 여당이 협조해주길 바란다. 와서 인사하고 악수만 하는 게 소통이 아니라 진짜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조율하고 조정하는 게 진정한 소통”이라고 했다.

운영위 전체회의는 민주당 의원들의 퇴장 후 50여분 만인 오후3시50분께 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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