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이 열린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 행사장에서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청와대 인사 논란으로 꼬인 정국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야3당은 전날에 이어 20일에도 청와대 인사검증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따지고 난 이후에야 국회 정상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는 청와대로 야당의 요구를 정치공세로 보고 여당이 잘 대처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청문회를 준비 중인 국무위원 후보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고, 해당 상임위원회 회의실 문턱을 넘지 못한 추가경정예산과 정부조직법은 기약 없는 대기 상태에 놓였다.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와 야당이 정국을 풀 지혜를 찾지 못하면 지금의 국정 난맥상이 정기국회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직은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꼬인 매듭을 먼저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대 인선 원칙에 어긋나는 후보자를 임명할 수밖에 없더라도 국회에 간곡한 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서 낮은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고 했다.

김만흠 원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비서관·보자관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는 야당에 대해 “반대와 검증은 야당의 본분이지만 검증 결과를 최종 판단한 것은 국민의 몫”이라고 언급한 부분과 “장관 등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한 점을 문 대통령의 패착으로 봤다. 김만흠 원장은 “문 대통령이 야당의 주장을 온당치 못하다며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은 잘못된 자세이고 이는 대통령 후보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줬다”면서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후보 때와 다르게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로 낮은 자세로 국정에 임했는데 근래의 모습은 그때와 다르다”고 했다. 김 원장은 “지금 난맥상을 두고 어느 쪽이 잘했고 못했다로 풀면 안 된다”면서 “여소야대라는 현실에서의 국정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문 대통령이 되새기고 낮은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장관 후보자 인선이 지금의 정국 급랭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었다. 이 중 안경환 후보자는 불법 혼인 신고 등 각종 사유로 지난 16일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준한 교수는 “열흘 전 인선은 국민설득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많았다. 그래서 문제가 커진 것”이라며 “청와대가 문제가 있는 인사를 걸러내는 정밀한 검증을 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국회 출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한 것이냐’는 물음에, 이 교수는 “문 대통령이 여기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청와대도 야당도 물러물러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양쪽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인사 난국이 정기국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준한 교수는 “논문표절의 정도가 심각하다거나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는 등 자격이 없는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꼬인 정국도 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도 잘한 것은 없지 않느냐. 정치적 공세로 비춰지지 않으려면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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