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개월동안 북한에 억류돼있던 오토 웜비어의 죽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잔혹한 정권'이라며 비난했다. < BBC 홈페이지>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지난 19일(현지시각) 북한에 억류됐다가 미국으로 송환된 오토 웜비어(22)가 엿새 만에 사망했다. 백악관은 애도와 함께 북한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북정책을 헤아리면서 중국과 한국 등 관련국가의 입장도 자세히 살폈다.

CNN은 “웜비어의 죽음이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의견을 실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발언수위에 비해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 몸을 사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특히 제재대상국가 뿐만 아니라 제재국과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서도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2차 제재’를 언급하며 트럼프가 중국을 대북제재에 참여시키는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오바마 정권처럼 트럼프도 2차 제재 부과를 망설였고 이것이 중국에게 사실상의 면역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말로 미국의 2차 제제 시행을 강하게 주장했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대북 무역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은 CNN 외에도 다수의 매체가 보도했다. 매체별 온도차는 조금씩 존재했다.

뉴욕 타임즈는 다소 회의적이다. 뉴욕 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대북정책으로 군사행동과 강압적 제재 등을 열거한 후 이들을 “모두 매력적인 대안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특히 2차 제재에 대해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은행·기업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김정은에게는 분명한 압박이겠지만 중국 정부 또한 적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호국의 몰락을 원하지 않으리라는 지적도 있었다.

미국과 중국이 공동전선을 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과 중국이 북한 문제를 위해 노력한 것에 감사한다. 효과는 별로 없었지만, 노력했다는 것은 안다”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의 도움 없이 단독 대북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한 뉴욕 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여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마찰이 대북문제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미국의 국제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의 아시아편집장 아이작 스톤피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다면 중국을 통한 대북제재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고 제언했다. 그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무역의 90%는 대 중국 교역이고, 평양에서 내리는 비행기의 대부분은 베이징에서 출발한다”며 중국을 제외한 대북제재는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아이작 편집장의 주장은 2차 제재보다는 외교적 협력에 의한 북한 억제책에 가깝다. 그는 무엇보다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면책권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항상 최악의 결과를 막아왔던 것은 바로 외교적 대응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편 다음 주에 미국 방문이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외신들은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의 대북제재 기조에 어떻게 대응할지 분석하기 위해 아시아 전문가들을 찾았다.

오바마 정부에서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맡았던 에반 메데이로스는 워싱턴 포스트를 통해 웜비어의 죽음이 트럼프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기조 또한 바꿀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사건은 대북 제재·압박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의 외교적 방향이 중요하다”며 의견을 밝혔다.

블룸버그도 이번 사건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북 포용정책의 장점을 피력하기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웜비어의 죽음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입장을 표명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의 예상을 함께 소개하며 한국과 미국이 정치적 합의점을 마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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