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라이벌인 신세계와 롯데가 이번엔 '인천'에서 붙었다. 이번엔 팽팽한 신경전을 넘어서는 분위기다. 

궁지에 몰린 것은 신세계다. 인천시가 재정난 타개를 위해 신세계 인천점을 롯데에게 매각키로 하면서 롯데에 자존심을 구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급기야 신세계는 법원에 인천점 건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인천종합터미널에 위치한 백화점 건물의 처분 금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신세계가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신청서에 따르면 인천시는 백화점에 대해 오는 2031년 3월까지 신세계의 임차권을 보장하지 않고 제3자에게 이를 처분하거나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체의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

신세계의 이번 가처분 신청은 인천시가 지난달 27일 신세계 인천점 터를 포함한 인천종합터미널 땅(7만7,815m²·약 2만3,540평)과 건물(연면적 16만1,750m²·약 4만8,930평)을 8,751억원에 롯데쇼핑에 팔기로 하고 투자약정을 체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달부터 종합터미널 부지와 건물의 매매를 진행해왔다. 시의 심각한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에 시는 유통업체와 증권사 등 159개 업체에 인수 의향을 물었고, 매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롯데쇼핑과 계약체결을 결정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오는 12월 본계약을 체결한 뒤 잔금은 이듬해 1월 31일까지 내기로 했다.

신세계는 졸지에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신세계 인천점은 지난 1997년 11월부터 인천종합터미널에서 백화점 부분을 임차해 15년간 운영해오고 있던 곳이다. 하지만 시가 해당 부지와 건물에 대한 매각을 진행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신세계 측은 인천점 터와 건물만 사려고 한 것에 반해 시 측은 터미널 전체의 매각을 진행하면서 협상과정에서 매매조건이 서로 맞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신세계는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자해 인천점 리뉴얼을 진행한 바 있어 더욱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사정이 이쯤되다보니 신세계는 롯데쇼핑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롯데쇼핑이 상도의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는 주장이다.

신세계에 따르면 인천시와 양해각서를 쓴 당시 '타경쟁업체에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체의 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인천시와 롯데쇼핑이 계약을 체결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롯데쇼핑 측은 시와 정당한 절차에 따라 매입을 진행한 것으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인천시와 신세계 간 법정다툼으로 우리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다른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신세계와 롯데쇼핑 측은 이번 가처분신청이 유통업계 간 싸움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일단 신세계 측에서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롯데쇼핑의 인천 종합터미널 부지개발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만약 법원이 신세계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인천시는 해당 부동산의 양도 및 임차권을 침해할 수 없기 때문에 롯데쇼핑과의 계약 체결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신세계 측의 주장이 기각될 경우 인천점의 주인은 인천시에서 롯데로 바뀌게 돼 신세계는 임대차계약 만료 시점인 2017년까지 롯데에 임차료를 내야한다. 이와 더불어 2017년 이후에는 점포를 내주고 나가야 한다.

인천에서 벌어진 유통라이벌 간의 뜨거운 한 판 승부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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