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지속적인 지적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를 두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뒤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와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은 그동안 만연했던 기업들의 각종 불공정행위를 향해 경종을 울렸다. 최근 기업들의 지분정리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재벌개혁이란 특명을 받은 ‘재벌저격수’ 김상조 위원장의 등장에 재계는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타이어업계를 대표하는 두 곳 모두 내부거래를 실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인 있는’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들의 내부거래는 승계 문제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후계자들이 100% 지분 가진 100% 내부거래 계열사

한국타이어는 계열사 신양관광개발과 엠프론티어, 엠케이테크놀로지가 내부거래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먼저 신양관광개발이다. 건물 및 시설관리, 부동산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23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100% 내부거래였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로부터 20억원, 한국타이어로부터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가 특이한 것이 아니다. 2015년에도, 2014년에도, 그리고 그 전에도 늘 내부거래 비중은 100%에 달했다.

신양관광개발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 사장이 44.12%,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32.6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나머지 지분도 두 딸이 가지고 있다. 조양래 회장 자녀들이 지분 100%를 모두 쥐고 있는 것이다.

엠프론티어는 시스템관리를 담당하는 이른바 SI계열사다. 재계에서 SI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엠프론티어는 내부거래 의존도가 단연 돋보인다. 2013년 51.2%였던 것이 지난해 81.8%까지 증가했다. 2015년에도 87.1%를 기록했다.

엠프론티어 역시 조양래 회장 자녀들이 전체 지분의 60%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40%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갖고 있다.

엠케이테크놀로지도 마찬가지. 지난해 매출액 573억원 중 565억원, 98.6%를 내부거래로 올렸다. 지분은 한국타이어가 50.1%를, 나머지 49.9%는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사장 형제가 나눠갖고 있다.

업계 2위 금호타이어를 매섭게 추격 중인 넥센타이어도 내부거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넥센L&C는 애초에 내부거래를 위해 설립된 회사나 다름없다. 2010년 설립돼 건설사를 인수합병했고,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을 지었다. 공장이 완공되자 건설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매각했고, 이후 운송보관업으로 업종을 바꿔 넥센타이어로부터 일감을 공급받았다. 지난해 매출액 1,237억원 중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은 1,001억원이었다. 최근 7년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83%가 넘는다.

지분 보유 상황도 한국타이어 내부거래 계열사와 닮은꼴이다. 넥센타이어가 절반을, 강병중 회장이 40%, 장남 강호찬 사장이 10%를 갖고 있다.

주목할 점은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 모두 후계자들이 지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후계자들의 회사를 키워 승계에 활동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배당을 통한 현금창고 역할을 물론, 향후 상장 및 합병을 통해 지분 승계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타이어 회사의 내부거래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언론과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몸담았던 경제개혁연구소 역시 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두 회사의 내부거래 실태는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문재인 대통령·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시대에도 이러한 내부거래를 고집할지, 변화가 일어난다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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