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초기마다 불거지는 청문회 논란을 막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일관된 인사검증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반발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임명을 강행하자 야권 내에서는 ‘청문회 무용론’이 나왔다.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의견을 내도 대통령의 임명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회의론’이다. 정부 초기마다 불거지는 청문회 논란을 막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일관된 인사검증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것이 알고싶다 미국 인사청문회’ 세미나를 열고 미국 인사청문제도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청문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과 한나김 전 찰스랭글 하원의원 수석보좌관, 전진영 국회입법조사관 등 관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안 의원은 “지금까지 언론이나 교수들이 이야기하는 청문회제도 개선 방안은 피상적인 말들이고 김 전 의원이나 김 전 보좌관은 미국 국회 내부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청문제도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말해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세미나 취지를 설명했다.

김창준 전 의원은 “미국의 경우 상원에서 인준이 거부되면 대통령은 2주 안에 바로 다른 후보자를 지명해야한다.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된 고위공직자는 대통령이 임의대로 파면할 수 없으며 파면 시에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인준의 중요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다만 미국은 의회가 상원·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전진영 입법조사관은 “미국은 상원 동의 없이는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없고 한국은 (국회 동의 없는 임명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모든 공직이 그런 것은 아니다”며 “헌법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공직의 경우에는 국회 동의 없이는 대통령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없지만, 법률에 따르는 공직의 경우에는 국회 동의 없이도 임명을 할 수 있도록 이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조사관은 ‘청문회 무용론’ 주장에 대해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를 없애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 압박감을 주고 국민적 기대를 고려하게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 조사관은 현행 청문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합의된 인사검증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국회가 후보자의 전 생애를 검증할 것인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사실상 40년 전 일로 낙마했는데 ‘전 생애 검증’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논문표절의 경우 연구윤리지침이 마련된 게 2007년이다. 그 전엔 ‘자기표절’이란 말은 있지도 않았다. 국민적 여론과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비윤리적 행위의 범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보인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한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후보자의 개인 신상 문제는 비공개 검증을 하고 공개 검증에서는 정책 검증을 하는 것으로 분리를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묻자 “국회의원이 무슨 질문을 하건 할 수 없다. 과거에 조금이라도 약점이 있고 들추기 싫다고 하면 (청문회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른바 ‘폴리페서’로 불리는 교수들의 공직 진출과 현직 의원들의 장관 취임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교수들은 ‘컬러풀(colorful)’하고 학교에 오래 있었으니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생각해서 (공직에) 데려오는데 그럼 학생 가르치는 건 누가 가르치느냐”면서 “미국은 교수를 데려오려고 하면 100 중의 100이 사양한다. 교육에 몸을 바쳤기 때문에 전부 사양한다. 노벨상의 반을 미국이 쓸어가고 우리나라는 하나도 없는 이유”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현직 의원이 배지 달고 장관되는 것도 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선) 의원이 장관이 되려면 국회의원직을 내놓고 특별선거를 해서 지역구 자리를 채운다. 지역구를 1초도 비울 수 없는 것”이라며 “배지 달고 장관하다가 (임기가) 끝나면 (국회로) 다시 돌아가고 이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 의원도 옆에서 “좋은 말씀”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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