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가계부채는 금리인상에 취약하다. 은행 또한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안정적인 금융지표에 반해 금리리스크가 한국경제 깊숙이 내재돼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계부채와 금융기관의 자산구조가 위험요인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22일 ‘201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하고 금융현황 및 관련 안건들을 분석했다. 금융안정보고서는 거시적 금융안정도를 살피기 위해 한국은행이 매년 2회 발간한다.

한국은행은 우선 최근 한국의 금융 상황에 대해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면서 안정된 모습을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가계·기업신용과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이며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17년 들어 크게 증가했다. 위기상황 대응력을 보여주는 유동성지표와 대외지급능력도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금리리스크는 금융상황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다뤄졌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연쇄적으로 추가 금리인상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 지속됐던 저금리 기조가 끝나고 금리상승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그동안 누적됐던 불안요소들이 발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나날이 증가하는 가계부채... 주택문화 개선 필요

2007년에 665조원이었던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 1분기 말에는 1,360조원에 달했다. 금융위기상황이 가라앉으면서 주요 선진국들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부채상환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먼저 경제성장을 위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택 매입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수익형부동산이 예·적금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점도 주택담보대출의 수요 급증에 영향을 미쳤다.

베이비붐 세대가 부동산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적극차입계층’이 증가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체 인구의 14.3%(2015년 기준)를 차지하는 55~63년생의 16년 3월말 평균 금융부채 규모는 5,800만원으로 그 외 가구평균 4,400만원을 크게 상회했다. 또한 은퇴 후 노후소득을 위해 임대주택 투자에 나서는 노령계층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중장기적으로 소유가 아닌 거주 중심의 주택소비문화가 장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차인보호제도를 통한 주거안정성 확보와 공공 임대주택공급 활성화가 제도적 개선책으로 뽑혔다. 또한 취약계층의 금융애로를 완화하면서도 도덕적 해이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 자산구조 불안한 금융기관, 선제적 조치로 자산건전성 높여야

금리 인상은 은행의 자산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에 대한 자기자본규제가 강화되면서 위험가중자산 관리 압박을 받게 된 은행들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기업보다 부동산수요가 늘어난 가계대출에 치중했다. 기업에 비해 신용등급이 높은 가계대출이 증가하면서 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도 개선됐지만, 이 과정에서 일종의 눈속임이 있었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시선이다.

현 신용등급 평가방식은 채무상환이력에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다. 가계신용수준이 높게 형성된 데는 낮은 금리수준의 영향이 있었다. 따라서 금리가 갑작스럽게 상승할 경우 가계의 신용등급과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동시에 하락한다는 부정적 예상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은 “자산건전성을 높이려는 개별 은행의 합리적 선택이 금융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다”며 “은행이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경기 및 신용순환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금리상승 전망을 두고 비은행금융기관의 심중 또한 복잡하다. 보험회사들은 채권평가이익을 보기위해 금리 하락기에 매도가능채권 보유비중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장기채권인 국채 보유가 늘어나면서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도 늘어났다. 금리 상승시 손실이 확대될 수 있는 요인이다. 고위험·고수익원인 우발채무 보증을 늘린 증권회사와 카드실적에 기초한 대출을 확대한 신용카드회사 역시 금리상승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다만 이들 비은행금융기관은 높은 신용수준과 손실흡수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감독당국이 선제적으로 자산건전성 규제 강화조치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 또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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