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과 대립 구도를 형성하면서 홀로 '강경 대응'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과 각 당 원내대표 회동에 불참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빈자리.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 의장,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 등 새 정부 현안에 강하게 제동을 걸며 본격적인 대립 구도 형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다짐했던 협치의 정신은 불과 한달 여 만에 고사될 위기에 놓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및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이 대립구도 형성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 18일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강경화 당시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자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은 일제히 “협치 포기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잇따른 임명 강행 방침에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 등 주요 현안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히며 사실상 국회 파행을 선포했다. 다만 국회 일정은 보이콧 하지 않고 주요 현안 처리에 반대 입장 표명으로 정부여당과 맞서는 구도를 형성했다.

이후 청와대는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추가로 내각 인사를 발표했지만, 한국당 등은 ‘부적격 신(新) 3종 세트’로 낙인찍어 자진사퇴 및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우택 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김상곤 교육부·송영무 국방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의 부실 인사 검증 해명 차원에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국회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정우택 대표권한대행은 2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무슨 의도로 이처럼 하자가 많은 인물들을 부실한 자체 검증을 거쳐 국회에 제출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부실인사의 근원적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추경 등 다른 현안은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대통령의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경우 여러 국회 현안에 있어 야당도 적절하게 협력할 자세가 돼 있다”며 정부여당의 자세전환을 촉구했다.

◇ 현실은 ‘한국당 왕따’

한국당이 정부여당의 자세전환을 촉구하면서 사실상 국회 파행을 선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급한 불 끄기’ 차원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2야당과 협상 테이블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당과) 끝까지 노력을 해볼텐데. 정말 정말 끝까지 막으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하고 상의를 좀 해볼 것”이라며 한국당을 배제한 국민의당·바른정당과의 추경안 심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후 우원식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추경은 한국당이 바닥낸 경제와 국민의 삶을 개선할 첫 마중물”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면 추경을 막을 명분이 어디있냐. 마지막까지 한국당을 설득하겠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두 야당이라도 추경 심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한국당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 추경안이 법적 요건에는 위배되지만, 일단 심사에는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실제 협상이 진행될 경우 정부여당과 대화의 물꼬는 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당은 ‘추경 불가’를 당론으로 정하고 있어 협상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와 관련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6일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을 찾아 추경 심사에 협조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추경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내용 수정 방침을 밝혔고, 한국당은 세금으로 공무원 증원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쳤다.

민주당의 사실상 ‘추경심사 한국당 배제’ 방침에 정 대표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산이라는 것은 여야 합의에 의해 처리돼야 한다고 본다. 아마 우리들을 다그치기 위해 지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위원장이 있는 상임위는 가동하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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