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의 신격호 시대가 완전히 저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는 단순하지만 인생의 진리다. 제 아무리 재벌가에서 태어난 아기 하더라도, 돈을 들고 태어나진 않는다. 태어나자마자 금수저를 물긴 하지만 말이다. 또한 제 아무리 돈 많은 재벌도 영생을 얻진 못한다. 세상을 떠날 때 그 어떤 것도 지닐 수 없다는 것 역시 모두가 같다.

신격호. 한국 현대 경제사를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맨손으로 롯데를 키워낸, 재벌 대기업 창업주 중 한 명이다. 일본에서 먼저 사업에 성공했다는 특징이 있고, 1세대 창업주 중 가장 늦게까지 경영일선을 누볐다.

역사에 남을 사업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하지만 그 역시 세월은 이길 수 없었다. 신격호 회장은 최근 일본롯데홀딩스의 이사 임기가 만료됐고, 재선임되지 않았다. 롯데의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사실, 지금 신격호 회장은 예전의 신격호 회장이 아니다. 우리나이로 96세에 이르렀고, 치매 등을 앓고 있다. 최근엔 대법원에서 신격호 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인을 지정했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불가능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신격호 회장의 이름은 롯데그룹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롯데제과와 롯데호텔 이사직을 내려놨고, 올해는 롯데쇼핑, 롯데자이언츠 등에서 이름을 지웠다.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롯데알미늄 임기도 오는 8월 10일에 끝난다.

이처럼 저물어가는 신격호 회장의 모습은 유난히 씁쓸해 보인다. 자신의 숙원이었던 롯데월드타워의 완공은 지켜봤으나, 그보다 ‘나쁜 일’이 더 많다.

첫째 부인 사이에서 낳아 유난히 아꼈다고 전해지는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현재 감옥에 있다. 둘 뿐인 아들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37살 어린 셋째 부인은 재판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신격호 회장 본인도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아내 및 자녀와 함께 기소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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