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T 제조업도 지역격차문제가 심각하다. 사진은 수주물량 부족에 시달리는 천안의 한 반도체제작업체.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의 해외생산비중 확대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충남은 대중국무역 감소로 피해 가중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은 26일 발간한 ‘2017년 6월 지역경제보고서’에서 국내 ICT 제조업의 현황을 심도 깊게 분석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ICT 제조업의 수출 증대가 지역균형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해외생산 확대에 약화되는 지방 중소기업기반

ICT 제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의 23.7%(2015년 기준)·국내 총수출의 27.9%(2016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이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시장 개발과 저임금 활용을 위해 해외생산 비중을 늘렸다. 2015년 기준 한국 ICT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중은 79.3%로 전체 제조업 평균 18.7%의 4배가 넘었다.

한국은행 지역경제팀 강기우 과장·서정원 조사역은 이와 같은 국내 ICT기업의 해외생산 확대가 지방 ICT 제조기반 약화와 산업구조 단순화 등을 초래해 지역경제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기업이 많고 신기술 적용제품을 다량 생산하는 경기지역에 비해 중소기업 중심의 경북·충남이 활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국내시장에서 수입품이 국산품을 몰아내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ICT 공급량 중 수입품의 비중은 2010년 37.3%에서 2016년 48.7%로 11.4% 증가했다. 수출시장에서도 베트남 등 해외생산이 국내수출을 대체하면서 2012년에는 7,000만달러 규모였던 베트남산 핸드폰의 한국 수출은 2015년에는 26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중소 ICT기업의 납품기회 축소와 경영환경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대기업의 해외생산이 확대되면서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아웃소싱 규모는 2013년 이후 2년 연속 감소했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대전충남·대구경북 ICT산업의 당기순이익은 수 년 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국내 ICT 제조업이 자본집약적 제품생산으로 집약되는 것도 적응력이 낮은 일부 지역이 산업생태계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약화된 지방기업의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대기업의 폐쇄적인 납품관행을 개선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품 공급망의 개방성·유연성을 제고해 중소기업의 판매처를 확보함으로서 생산효율 제고가 가능하다. 또한 유망 중소기업의 해외진출과 기술고도화에 대한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 경제성장 이끈 충남의 대중국 수출, 부메랑으로 돌아올라

충남지역의 ICT산업 부진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은 2015년 기준 국내 ICT제조업 생산의 15.9%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제조업 고용 비중이 꾸준히 상승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국내 대기업의 해외직접생산 확대와 더불어 최대수출국인 중국이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 개편에 들어가면서 충남경제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중국 무역수출 중심으로 산업을 개편한 2000년 이후 2015년까지 충남의 수출 중 ICT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서 69.1%로 대폭 증가했다. 동기간동안 대중국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62.6%에 달했다. 대중국 수출에 특화된 산업구조는 연평균총생산 6.6% 증가라는 호성적을 안겨다주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시장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사를 맡은 대전충남본부 옥지훈 조사역은 향후 5년간 충남의 지역내총생산이 중국의 수요구조변화에 의해서만 1조원, 중간재 자급률 상승에 의해서는 5,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옥지훈 조사역은 향후 대응방안으로 “충남의 대중국 수출구성을 중간재 위주에서 소비재·서비스 중심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산 대산항과 서해안 해양관광자원 등 관광 인프라를 구축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한 베트남 등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발해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을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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