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에 의한 오보가 두 차례나 발생하는 사건도 있었다. 24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토머스 섀넌 미 국무차관이 이달 중순 우리 당국자를 만나 사드 연내배치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신문은 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희망했지만 청와대가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보도, 이른바 ‘매케인 홀대론’을 지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며 “잇다른 오보에 유감”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주목되는 대목은 일본 언론의 논조가 한미공조를 흔드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제재에 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좁혀야할 이견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핵폐기 과정을 ‘선 동결 후 폐기’의 2단계를 제시하고 있다면, 미국은 ‘완전 핵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북기조 역시 문 대통령이 ‘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드배치는 양국의 입장차가 표출되는 상징적이고도 예민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 북한도발 명분 삼아 평화헌법 개정하려는 아베정권
이 같은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남북대화국면은 아베정권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본 측이 사드 등 첨예한 문제들을 자꾸 거론하며 한미 관계에 균열을 노린다는 의심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비슷한 전개가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친밀관계를 유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워싱턴 정가에서 “중국에 경도됐다”는 공격을 받았다. 그 이면에는 워싱턴 싱크탱크 등을 통한 일본의 외교적 로비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오바마 행정부 동아시아 전략의 핵심 키를 쥐고 있던 대니얼 러셀 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대표적인 지일파 인사다.
결과적으로 대북제재 국면에서 일본 아베정권은 나름의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아베 총리는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 일본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연설대에 올랐고,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국주의로 나갈 기틀도 마련했다. 또한 정전 70주년 아베담화에서 ‘과거사 사죄’를 최소한으로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미일 신 밀월관계’는 우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한일 위안부 협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입장에서 대화를 통한 동아시아 평화국면 조성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