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사가 실적악화와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하도급 업체에 불공정 거래를 한 혐의로 공정위의 철퇴를 맞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위아가 삼중고에 빠졌다. 모기업인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 여파로 회사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 후 칼날이 더욱 매서워진 공정위의 표적이 됐다. 하도급업체에 지불해야 할 대금을 ‘후려치는’ 불공정 거래를 하다 검찰에 고발당하는 신세가 된 것. 이런 가운데, 두 자릿수 진입을 목전에 둔 부채비율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어 현대위아와 윤준모 대표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 공정위 두 번째 표적된 현대위아

12일 만이다. ‘재벌 저격수’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는 두 번째 대기업이 나왔다. 주인공은 현대자동차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8일 계열사 현황을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26일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혐의로 현대위아에 과징금 3억6,100만원을 부과함과 동시에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밝힌 현대위아의 갑질 혐의는 두 가지다. 하도급 대금을 입찰 가격보다 낮추고 부품 하자 비용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했다. 현대위아는 지난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 보다 낮은 금액을 지급해 17개 하도급사로부터 총 8,9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또 같은 기간 자사가 부담해야 할 3,400만원 가량의 부품 하자 비용을 28개 업체에 부담했다.

이와 관련 현대위아는 “지난 1월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총 9,815만원을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했으며, 품질 클레임 비용에 대해서도 3,400만원과 지연이자 1,080만원을 해당 수급자에게 지급해 자진 시정 조치 완료했다”고 말했다.

현대위아의 뒤늦은 대금 지급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 공정위에 적발된 현대위아의 갑질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윤준모 대표 체제 아래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대위아의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 거래는 윤준모 대표가 현대다이모스 부사장을 지내다 현대위아의 새 수장이 된 2014년 3월 직전부터 시작해, 임기가 만료되는 지난해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그렇잖아도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위아와 윤준모 대표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주요고객이자 모기업인 현대기아차의 판매율이 떨어지면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84%에 이르는 현대위아는 직격탄을 맞았다. 4년 연속 5,000억원의 벽을 공고히 지켜오던 현대위아의 영업익은 지난해 2,627억원으로 급감했다.

◇ 내리막길 걷는 실적… 배당·부채비율은 오름세

당기순이익도 덩달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윤준모 대표 취임 첫 해인 2014년에 4,391억원이던 이 회사의 순이익은 1년 만에 3,268억원으로 감소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더니, 지난해에는 급기야 1,307억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뚜렷한 실적난 속에서도 현대위아는 고배당 정책을 실시했다. 지난해 현대위아는 292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는데, 배당성형은 전년보다 2배 이상 많은 22.4%였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구동의 핵심부품이자 자사의 주력 제품인 파워트레인은 다른 회사의 것을 사용할 수 없다보니 자연스레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면서 “실적과는 별개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주주 친화정책 차원에서 지난해 고배당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윤준모 대표 임기 2기째를 맞는 올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8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430억원의 영업익을 달성한 현대위아의 순이익은 무려 95% 줄어든 20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수년째 세 자리수를 기록하고 있는 부채비율로 윤준모 대표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때 200%를 초과하던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100% 초반대까지 낮아져 다이어트에 성공한 듯하지만, 그 속사정을 살펴보면 쉽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부채비율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윤 대표 취임 전년인 2013년 110%이던 현대위아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18%로 소폭 상승했다.

이와 관련 현대위와 관계자는 “지난해 멕시코 법인과 서산엔진 공장에 대규모 투자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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