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에 대해 허위 내용을 제보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가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때는 지난 5월5일이다. 19대 대선을 불과 나흘 앞두고 국민의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상에는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올랐다. 그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준용 씨의 특혜 취업 의혹을 제기하며, 그 근거로 준용 씨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을 함께 다녔다는 동료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녹음 내용은 충격이었다. 준용 씨가 주변에 ‘아빠가 하란 대로 했더니 고용정보원에 취업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 민주당은 즉각 검찰에 고발했다. 그로부터 52일이 지났다.

◇ ‘윗선’ 어디까지 올라가나… 안철수 책임론 확산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예고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준용 씨, 국민에게 사과했다. 준용 씨 특혜 취업 의혹과 관련, 대선 당시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과 문제의 녹음 파일이 조작됐고, 해당 자료를 제공한 당원 이유미 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당 측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당내 진상규명팀을 구성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배후설’이다.

단초를 제공한 것은 이유미 씨의 고백이다. 그는 검찰조사에서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원과 기자들에게도 메시지를 보내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이 기획해서 지시해놓고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는 것. “당이 당원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대목에선 실망감이 엿보인다. 반대로 경고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이유미 씨는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나중에 하겠다”며 폭로 가능성을 예고했다. 현재 그가 말하는 ‘윗선’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 문준용 의혹 조작 사건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불똥을 맞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과연 몰랐겠느냐는 게 사건의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시스>

공교롭게도 이유미 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각별한 인연을 가졌다. 이유미 씨는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안철수 전 대표와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은 이후 ‘청춘콘서트’ 서포터스에 이어 2012년 대선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듬해 회고록 ‘안철수와 함께한 희망의 기록 66일’을 펴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1월 인재영입 1호로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당시 신당 창당준비위원회 인재영입위원장이 바로 안철수 전 대표다.

따라서 안철수 전 대표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여론도 뒤숭숭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 사건에 대해 정말 몰랐겠느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당은 존폐기로에 섰다. 허위 제보라는 사실을 정말 몰랐다면 검증 실패는 물론 한심스러운 일이다. 이를 부인하면 대선 승리를 위해 허위 제보를 이용한 게 된다. 국민을 속인 셈이다. 특히 여권에선 더 많은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들이 증거 조작에 개입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대선 전날까지도 조작된 증거를 바탕으로 ‘문준용 의혹’에 당력을 쏟았기 때문이다.

일단 국민의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이유미 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독단적으로 벌인 사건으로 선을 그었다. 충성심에 그릇된 선택을 했다는 얘기다. ‘윗선 지시’ 논란에 대해선 진상조사단의 경위 파악 후 그 결과에 따라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사실상 사건 관계자들과 당의 주장이 엇갈려 갈등의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당 내부에선 결자해지 차원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국민의당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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