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에 동행하지 못하게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이자, 첫 정상회담이다. 미국 그 자체가 지니는 상징성과 무게감도 상당하다.

이번 방미에서는 북한, 사드 등 복잡한 국제정치·안보 문제 뿐 아니라, 경제 관련 내용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사업가 출신이자,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와 미국상공회의소의 ‘비즈니스 서밋(Business Summit)’ 행사는 당초 방미 일정 말미인 7월 1일로 예정돼있었지만,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 등으로 인해 오는 28일로 앞당겨졌다. 의회 간담회, 정상회담 등 정치·외교 일정에 앞서 경제 일정이 포문을 열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미국으로 향하는 경제사절단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임무와 목표를 지니고 있다. 각 기업차원에서는 무엇보다 트럼프 정권 들어 높아진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 태평양 건너 미국 구경하는 롯데

이 같은 배경 속에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길에는 주요 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한다. 이른바 ‘경제사절단’이라 불리던 이름은 ‘경제인단’으로 바뀌었고, 과거와 달리 민간에서 명단 선정을 주도했다.

특히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이름을 올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미국으로 향한다. 이들은 방미 일정 및 명단이 촉박하게 꾸려졌음에도 ‘방미 동행’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름도 있다. 먼저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워있고,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감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아직 경영일선에 완전히 복귀하지 않아 동행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삼성그룹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한화그룹은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 CJ그룹은 손경식 회장이 그 빈자리를 메운다.

◇ 문재인 정부에서도 미운털 박히나

가장 속이 쓰린 것은 롯데그룹이다. 미국 시장과 관련이 있는 재벌대기업 중 유일하게 명단에서 제외됐다. 허수영 사장의 경우, 예비명단까진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명단에서 빠졌다.

신동빈 회장은 물론 허수영 사장조차 미국 동행에 나서지 못하게 된 것은 신동빈 회장의 재판 때문이라는 재계의 시각이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두 개의 큰 재판을 치르고 있다.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뇌물공여 혐의로 재차 기소됐다. 요즘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법원을 오가느라 분주한 신동빈 회장이다.

이는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의 현재 처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롯데그룹은 다른 재벌대기업들이 시대변화에 발맞추는 모습을 그저 구경만 하게 됐다. 특히 최근 ‘사드 논란’으로 중국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는 롯데그룹은 방미 동행마저 무산되며 더욱 난처한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권 시절 수혜를 입었던 롯데그룹이 문재인 정부 들어 한층 더 어려운 환경을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경제 정의’를 강조하는 기조가 재판 결과에 상당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 외에도 지배구조 문제, 비정규직 문제, 협력업체 문제 등 새 정부가 주목하는 개혁 대상에서 롯데그룹 또한 그리 자유롭지 않은 상태다. 특히 최근롯데건설이 발전소공사 입찰특혜 의혹에 휩싸이는 등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재계관계자는 “단순히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삼성의 권오현 부회장은 왜 포함됐겠느냐. 롯데그룹은 아예 완전히 배제됐다”며 “박근혜 정권 하에서 대대적인 수사를 받았던 롯데그룹이 새 정부와의 분위기도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롯데그룹의 주 사업분야를 고려하면 새 정부의 개혁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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