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그야말로 ‘일거양득’ 효과다. 미래에셋대우가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본확충’과 ‘디지털 금융사업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미래에셋대우의 허를 찌르는 승부수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자사주 상호교환… 자본증대 효과 ‘톡톡’

이번에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승부수는 절묘했다. 미래에셋대우는 26일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에 합의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번 제휴는 국내외 디지털 금융사업 추진을 확대를 위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상대방 회사의 자사주를 5,000억원씩 상호 취득키로 한 점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주식 56만3,063주(1.71%)를,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 주식 4,739만3,364주(7.11%)를 구매키로 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번 자사주 매각 효과는 그 뿐만이 아니다. 바로 3,8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매각액에서 1,200억원 규모 이연법인세를 차감한 것이다.

앞서 옛 미래에셋증권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매입한 옛 대우증권 지분은 합병 과정에서 자사주로 전환되면서 자본이 차감됐다. 이에 합병 법인의 자기자본은 두 회사 자본의 단순 합산보다 적은 6조6,600억원으로 계상됐다. 또 약 1억5,775만 주(23.7%)의 자사주를 상법상 5년 이내에 매각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번 주식 맞교환으로 이 같은 자사주 처리에 부담을 일부 덜게 됐다. 아울러 자기자본도 7조원대로 늘어나게 됨에 따라 초대형 IB(투자은행) 인가 기준인 자기자본 8조원에 가까워지게 됐다. 자기자본 8조원이상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가 허용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장기적으로 자기자본 10조원대의 투자은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오버행 부담 완화… 사업 협업 기대감↑

일단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오버행(대량매물부담) 이슈를 큰 혼란 없이 완화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버행 부담이 존재했지만 이번 제휴로 보통주 기준 16.6% 수준으로 감소해 오버행 부담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도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주가 상승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배를 웃돌아 자사주 매각 논란이 있었으나, 이번에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으면서 자본 증가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네이버와의 사업 협업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신금융과 디지털금융에서 성장발판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국내 최다 이용자를 보유한 네이버의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사가 맺은 제휴에는 ▲국내외 디지털금융 사업 공동 진출 ▲금융 분야와 관련된 인공지능(AI) 공동연구 ▲국내외 첨단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공동발굴과 투자 등이 포함됐다. 또 양사는 지난해 12월 국내 4차 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신성장투자조합의 활동도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본격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활용한 주식거래와 다양한 금융서비스 판매, 온라인 고객 확대 등도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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