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신은 양국의 정치·군사·경제 문제를 심도깊게 분석했다. <블룸버그 홈페이지>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미국으로 떠난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미국 언론들도 비행기가 도착하기 전부터 양국의 정치·경제 안건들을 점검하고 회담 방향을 예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현지시각) 기사를 통해 대북제재와 사드(THAAD)배치 문제를 중요 논쟁점으로 뽑았다. 대북 압박을 주장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수위는 웜비어의 사망으로 한층 높아졌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와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정상회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호의적 발언을 소개하면서도, 대북정책에서 현저한 입장차를 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치달았던 것을 들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사드 발사대 배치를 서두른 것과 성주에서는 아직까지 사드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는 것을 언급하며 사드배치 철회가 현실화될 경우 한미동맹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가 전진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온 힘을 쏟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아베 총리와 친밀한 모습을 연출했다. 다소 소원해진 한미관계를 회복시킬 기회라는 뜻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정책적 차이보다 개인적 교감에 우선순위를 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에 관심을 뒀다. 양국 정상의 대조적인 성격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 익명의 관계자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처럼 ‘튀는’ 인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양국의 무역협정에 중점을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끔찍하다”고 표현하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동행하는 방미 경제사절은 무역장벽을 낮추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투자 증가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가전공장 신설을 계획 중이며 현대자동차도 지난 1월 5년간 31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보도하면서도, 한국의 주장처럼 대미 투자 또한 크게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한국 수출입은행은 2017년 1분기 대 미국 투자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14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데보라 엘렘스 아시아무역센터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무역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라며 한미 FTA가 현안대로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한국 수출업체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 철강업체에 대한 반덤핑 과세가 지난 4월 부과됐으며 6월에는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가전제품 판매회사 월풀이 이들 기업을 “미국 무역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했다”며 청원한데 따른 조치다. 데보라 이사는 “한국 정부는 무역 관련 비난을 피하기 위해 변화를 꾀할 것이며, 미국은 한국이 그것을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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