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질의하며 든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본인을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하세요?”(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때 아닌 ‘사상검증’이 벌어졌다. 김 후보자가 2005년 교수 재직 시절 선언자로 이름을 올린 ‘광주민중항쟁 25돌 즈음한 반전평화 주한미군철수 2005 민중선언’의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김상곤 후보자는 “(선언서 내용대로) 만악의 근원이 주한미군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이장우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건 내용을 일일이 다 보면서 (서명에) 참여하는 경우는 잘 없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교수로서 소신이 있는데 보지도 않고 사인을 했느냐”며 “후보자는 위증하고 거짓말만 하고 있다. 교육부 장관을 하려면 무엇보다 정직해야 한다. 적어도 양심적이라면 반성할 줄 알고 사과할 줄 알아야지”라고 호통을 쳤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곽 의원은 “후보자는 2011년 5월 초중고등학생 180명을 상대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폐기된 마르크스 이론을 소개하면서 ‘폭력적 수단도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내용을 가르치고도 법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교육부 장관을 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퇴하셔야 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사퇴할 사안은 아니다”고 답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과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의 단체에 소속돼있었다는 점을 들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에 반하는 단체의 주장들로 점철된 사회운동가의 활동 경력”이라며 “이런 분이 어떻게 정부 부처의 수장을 맡느냐. 제안이 와도 ‘부적절하다’고 (거절)했어야 하는 게 도의 아니냐”고 했다.

여당은 야당의 이 같은 비판을 ‘종북몰이’ ‘색깔론’이라고 반박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화면에 PPT를 띄워 “한국당 의원들이 존경해마지 않고 일부는 숭상까지 마다하지 않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이라며 ‘매카시즘(극단적 반공주의 선풍)’에 대해 설명했다.

표 의원은 ‘매카시즘을 우리 사회에서 일소시키자’고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에 매카시즘, 종북몰이, 색깔론으로 양심의 자유를 짓밟고 정부의 행정 지장을 초래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도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오늘 이 청문회는 국민여러분들이 상당히 실망하실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며 “사람이 쏘아올린 비행체가 태양계 끝까지 날아가는 이 21세기에, 19세기 사회주의 타령하고 칼 마르크스를 인용해 사상검증을 하고 이념 공세를 하고 있다. 이걸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안타깝단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한국당의 ‘사상검증’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청문회를 주재한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김 후보자에게 발언기회를 줬다. 김 후보자는 “전 자본주의 경영학자다. 한국 자본주의는 고속성장하면서 이만큼 발전돼왔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한계도 누적돼왔다. 그걸 풀어헤치지 않고서는 지속적 발전가능성이 줄어드는 사회가 우리나라 사회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해소하면서 보다 더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정착, 발전될 수 있게 학자로서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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