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선을 마치고 한미 정상회담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자진사퇴의 결정적 요인이 된 ‘혼인무효 판결문’이 드러난 과정은 석연치 않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국회 의정자료시스템을 통해 요청을 받은 뒤 실무자가 기획조정실장과 상의하고 판결문을 국회로 송부하는데 걸린 시각은 고작 8분 남짓이었다.

더군다나 송부한 판결문은 상대여성의 신상이 그대로 공개된 상태였다. 법적인 문제도 있고, 비실명화 처리 후 송부했던 그간의 관례를 벗어난 법원행정처의 처사였다.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떨어뜨리기 위해 ‘사전합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혼인무효 사건의 도덕적 판단 여부를 떠나, 자료공개 과정이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국방부·법무부 카르텔 밖 인선, 내부의 조직적 저항 ‘의심’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검증자료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야권에서 제시한 각종 자료들 중 일부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자료였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한 국방부는 이날 기무사령부를 통해 유출과정 조사를 지시했다. 핵심 논란인 음주운전 기록도 헌병대 내부에만 존재하는 자료로, 유출과정에 군 내부의 동조가 있었을 것으로 여권은 의심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은 “국방부가 평소라면 군사기밀이라며 결코 제출하지 않았을 자료들이 쏟아졌다”며 “송 후보자의 임명을 막기 위한 저항이 있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군 일부 현역과 예비역들이 조직적으로 송 후보자 신상자료를 바른정당, 자유한국당에 유출했고 이를 근거로 맹공을 퍼붓는 것이 보였다”며 “‘배경에 뭔가 있구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고 적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했던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관례에 따른 인선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법무부장관은 검찰출신들의 전유물이었고, 국방부 장관은 육군 가운데 참모총장이나 합참의장 출신이 맡아왔다. 내부 카르텔이 아닌 인선이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하는 세력이 존재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앞으로의 개혁과정에서 미리 힘을 빼놓자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민주당 인사들은 의심하고 있다.

이미 검찰과 국방부 내부에 문재인 정부의 노선에 반대하는 기류가 존재한다는 후문도 나온다. 또 예상도 했다. 한 중진의원은 “검찰, 군부, 국정원은 가장 폐쇄적인 기관으로 암암리에 카르텔이 공고하게 굳어져 있다. 그런데 완전한 외부나 카르텔 밖의 사람을 머리로 앉히니 기득권의 반발은 당연하다. 노무현 정부 때 섣불리 했다가 된서리를 맞지 않았나”라고 했다.

사드 4기 은폐보고 논란도 내부 카르텔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추정된 바 있다. 참여정부 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던 유시민 작가는 “참여정부에서 작전계획 5029를 했는데, 대통령 몰래 국방부가 미군과 협의했다. 대통령 모르게 추진했다가 나중에 난리가 났다”며 “국방부가 여러 차례 자기들끼리 의사결정을 하고 군 통수권자 모르게 일을 추진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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