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이 신용등급 전망이 일제히 하락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자구책 발표에도 효과는 없었다. KDB생명이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구조조정책을 발표했지만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최근 일제히 KDB생명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이다. 가뜩이나 자본확충 문제로 속이 타고 있는 KDB생명으로서는 앞날이 캄캄해지는 일이다.

◇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

국내 신용평가사 3사가 KDB생명의 신용등급 전망에 경고등을 켰다. 지난 1일 한국신용평가가 KDB생명 후순위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데 이어, 지난 27일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여기에 가세했다. 신용등급은 ‘AA-’를 유지한 채 모두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험금지급능력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낮췄다.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KDB생명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를 사고 있는 부분은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 하락 문제다. KDB생명의 3월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124.4%로 업계 평균을 크게 밑돌 뿐 아니라, 당국의 권고치(150% 이상)를 하회하고 있다.

자본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다 보니 영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은 당국의 권고치 밑으로 RBC 비율이 떨어진 보험사의 일부 방카슈랑스 상품에 대해 판매를 중단했다. 회사의 보험 상품 중 가입금액이 예금자보호 한도(5,000만원)를 초과하는 상품이 그 대상이 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이같은 판매 중단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평판 저하에 우려를 나타냈다.

채명석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회사가 수익성이 저조한 저축성보험의 판매를 감축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판매 중단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금융회사의 핵심 경쟁 요소인 평판 자본의 저하로 전반적인 보험영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도 신용등급 전망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적자 전환한 후 올해 1분기까지 내리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보험금 지급 증가로 보험 관련 수지 적자폭이 확대되고 채권 처분이익 등 투자이익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 관리에 대한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자본확충과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권고치 수준으로 RBC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2,000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도움 없이는 자본확충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KDB생명의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산업은행으로서는 마음껏 퍼주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회사의 몸값에 비해 투입 자금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어서다.

◇ “올해 말까지 RBC 개선 못하면 신용등급 하향 검토” 경고

일단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자구 노력을 점검한 뒤 유상증자 규모와 시기를 결정키로 했다. 이에 KDB생명은 최근 경영 진단을 받은 뒤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20년차 이상이면서 45세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한편, 전국 지점을 절반 수준으로 통폐합키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자구책에도 신용평가업계서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채명석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수익성 저하를 타개하기 위해 인력 감축과 지점 축소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나, 향후 보험부채 부담이율을 상회하는 운용자산이익률을 시현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 저하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올해 말까지 RBC 비율을 적정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유상증자가 지연돼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하회하거나 일반계정 ROA가 0.25%를 지속적으로 하회하는 경우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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