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신흥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사진은 텍사스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탄핵시위.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로 대표되는 미국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전 세계적 경기회복전망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유가 변동성도 국제교역량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뽑혔다.

한국은행은 2일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금주의 포커스로 ‘2017 글로벌 경제 10대 이슈의 모니터링’을 선정하고 지난해 말 선정했던 주요 경제이슈들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한국은행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구조 특성상 글로벌 차원의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성이 높다”고 주제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은행은 우선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점차적으로 경제성장세가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 저성장기조가 마무리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유로지역은 소비가 성장세를 견인하는 모양새며 일본도 수출이 살아나면서 회복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은 인프라투자를 바탕으로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2분기부터 2%를 밑돌았던 세계교역량의 분기별 성장률도 전 세계적 경기 회복세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에 힘입어 2017년 1분기에는 4%대를 기록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현재 경기 회복세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미국과 유로지역 등 주요국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과 국제유가의 향방 등에 상당부분 달려있다고 봤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감세정책과 보호무역 등 경제 관련 주요공약들을 구체적으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법인세·최고소득세 인하를 포함한 세제개편안은 민주당의 반대로 의회 통과가 불확실하다. 반덤핑·상계관세와 같은 무역구제조치와 무역협정 재검토 등 보호무역 의지를 담은 계획들의 실행가능성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사법방해 혐의로 특검의 조사대상이 되면서 향후 정책추진 강도와 시행시기에 물음표가 붙었다. 프랑스 대통령으로 EU 강화를 주장했던 에마뉘엘 마크롱이 선출되고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했던 영국 보수당은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유럽연합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정도 완화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미 연준의 행보는 현재까지는 시장의 예상과 크게 어긋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에 내재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특히 미국 경기 회복세와 물가상승 수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제유가의 변동은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분기까지 상승세를 이어가 세계 교역량 확대에 기여했던 국제유가는 17년 2분기 들어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셰일오일의 증산과 감산합의 붕괴 가능성은 유가하락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카타르 사태 등 일부 산유국의 불안한 정치상황이 원유 가격을 다시 상승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달러화의 움직임도 국제유가의 변동성 확대요인이 될 수 있다.

한편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예상됐던 신흥국의 자본유출은 현재까지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경제회복의 영향으로 투자자의 위험회피성향이 완화되고 신흥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강화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으로 자본순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만큼 한국 등 신흥국에 대한 자본유출압력 강화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력한 시나리오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로지역과 일본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통화정책만큼 신흥국에 대한 영향력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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