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감시를 강화하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영풍그룹도 그 중 하나다. 계열사인 영풍개발이 높은 내부거래율로 ‘일감몰아주기’ 구설을 사온 탓이다.

◇ 영풍개발, 내부거래 ‘도마 위’ … 논란에도 90% 비중 유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지휘 아래,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실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실시되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의 총수가 있는 대기집단 45곳이 실태 점검 대상이 됐다. 현행법상 일감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은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일 경우 20%)이상인 계열사로 ▲내부거래가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를 초과하는 경우다.

김상조 위원장은 “법 위반 혐의가 있을 경우 직권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만큼 재계는 살얼음판 분위기다.

영풍그룹도 가시방석 처지다. 자산 규모가 10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집단인 만큼 규제 감시 대상에 이름을 올린데다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산 계열사도 거느리고 있어서다.

문제의 계열사는 영풍개발이다. 1989년 3월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오너 자녀의 지분율이 33%에 달하는 비상장 계열사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인 장세준 영풍전자 대표와 차남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 딸 장혜선 씨가 각각 11%씩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건물 관리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며, 매출 90% 이상은 안방에서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19억2,000만원)의 92.23%인 17억7,100만원이 계열사인 (주)영풍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2014년과 2015년에도 내부거래 의존도는 95.5%, 93.8%에 달했던 바 있다.

◇ 공정위, 규제 칼날에 직격탄 맞나  

안정적인 매출 덕에 이익잉여금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2009년 106억 수준이던 잉여금은 지난해 200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에 오너 자녀들은 매년 짭짤한 배당 수익도 챙겨갔다. 지난해 회사의 총 배당 규모는 4억여 원에 달했다.

게다가 영풍개발은 승계의 발판 노릇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영풍개발은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한 축이다. ㈜영풍 주식 14.17%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오너 2세들의 지배력을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다. 현재 ㈜영풍의 최대주주는 지분 16.89%를 보유한 장세준 대표다. 직접 보유 지분율이 높지 않지만 영풍개발 덕에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편법 승계를 위한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행태가 아니냐는 눈총이 수년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도 영풍 측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대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고자 지분 매각과 내부거래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됐다. 최근 내부거래 이슈가 부각되고 있음에도 영풍 측은 “따로 드릴 말이 없다”라는 입장만을 밝혔다.

영풍그룹은 1949년 황해도 출신인 고 장병희 창업주와 고 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일군 회사가 모태다. 3대에 걸쳐 동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영풍그룹은 장씨 가문이 영풍과 전자사업 부문을, 최씨 가문이 고려아연을 경영하고 있다. 2세 경영인인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은 2015년 3월 주력 계열사인 영풍을 포함해 6개 회사에서 등기임원직을 사퇴하며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번 논란이 재부각되면서 적잖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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