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강한 활시위를 당기면서 주요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실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규제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기업도 마찬가지다. 일감 몰아주기가 재벌 대기업 집단뿐만 아니라 중견그룹에서도 빈번하게 이루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서다. 제약업계에서는 녹십자의 내부거래 현황이 새삼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다. 

◇ 3세 경영 체계 구축 작업 분주 

녹십자그룹은 한일시멘트의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회장이 그의 둘째 아들 고(故) 허영섭 회장과 함께 발전시킨 회사로 1967년 설립된 수도미생물약품판매 주식회사를 모태로 한다. 2009년 허영섭 전 회장이 타계한 후에는 허채경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허일섭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 받았다.

최근에는 3세 경영 체제 구축 작업이 활발하다. 현재까지 후계 경쟁에서는 허영섭 전 회장 일가가 앞서 있다. 허영섭 전 회장의 차남과 막내인 허은철·허용준 형제는 현재 각각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의 대표를 맡아 경영 전면에 서 있다. 다만 허일섭 회장이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11.62%)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향후의 후계 구도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처럼 3세 경영체제 구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보니, 내부거래 이슈도 관심을 받고 있다. 후계 승계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사적 편취 행위가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녹십자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전력이 있는 곳이다. 올 초에도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구소가 ‘일감몰아주기 의심 사례’로 녹십자그룹의 계열사 2곳을 지목했다.

◇ 일감몰아주기 구설수 계속 … 승계 활용 여부 주목

문제의 계열사는 녹십자엠에스와 녹십자이엠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녹십자엠에스는 녹십자가 최대주주(42.1%)에 올라 있긴 하지만 오너 일가 보유 지분이 상당하다. 허일섭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친인척, 관계사 임원 등)은 26.01%에 달한다. 의약 관련 제품 제조 및 판매업체인 이 회사는 한때 내부거래 비중이 100%까지 치솟으며 논란을 샀다.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100% ▲2011년 22.66% ▲2012년 20.26% ▲2013년 22.46% ▲2014년 18.78% ▲2015년 19.02% 등 최근 6년간 평균 내부거래량은 33.86%에 달했다.

허일섭 녹십자그룹 회장. <뉴시스>

건설업체인 녹십자이엠도 매출액 중 상당 부분을 안방에 의지하고 있다. 최근 6년간 녹십자이엠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0년 57.28% ▲2011년 52.14% ▲2012년 67.42% ▲2013년 59.32% ▲2014년 72.04% ▲2015년 80.48%로 6년간 내부거래비중은 65%로 나타났다. 이 회사에 대한 오너일가의 직접 보유 지분은 없다. 다만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녹십자홀딩스라는 점에서 간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녹십자홀딩스 지분은 허일섭 회장이 11.62%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허영섭 회장의 3남인 허성수(1.07%)·허은철(2.55%)·허용준(2.63%)씨의 2% 이상의 지분을 각각 보유 중이다. 다른 오너일가들도 1% 안팎의 지분을 다수 보유 중이다. 재계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이 일부 축소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승계 과정에서 이들 계열사가 발판 노릇을 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녹십자 측은 “이전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축소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계열사와의 거래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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