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는 대북강경책을 주장하는 미국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 CNN 홈페이지>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지난 4일 발사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두고 구 냉전시대를 연상케 하는 외교적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강력한 대북압박을 요구하는 미국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맞잡았다.

4일(현지시각)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중단과 함께 한미 공동 군사훈련을 연기를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은 합동 미사일발사훈련을 진행하는 것으로 제안을 따를 생각이 없음을 천명했다.

5일(현지시각) 열린 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는 보다 노골적으로 갈등이 표면화됐다. 류 제이 안보리 의장 겸 중국대사는 군사대응 가능성을 언급한 니키 헤일리 미국대사에 맞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으며, 블라디미르 샤프론코프 러시아 차석대사는 “제재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며 중국에 힘을 실었다. 반면 헤일리 대사는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의 태도를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그녀는 “(대북제재를 중국에 의존한) 과거의 부적절했던 접근방식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미국의 단독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 “아시아에서 손 떼라” 외치는 중·러

매튜 챈스 CNN 국제부 수석특파원은 한때 세계 공산주의의 주도권을 두고 다퉜던 두 나라가 한 목소리를 내게 만든 배경을 분석했다. 그는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지리적 특성이나 외교적 교류보다도 양국이 공유하는 미국과 서방세계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봤다. 양국 정상은 자신들의 뒷마당에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미 공동전선을 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과 시리아 문제 등에서 서구권 국가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북한이 지난 5월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푸틴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협박은 용인할 수 없다”고 발언하는 등 양국은 미국에 대해 꾸준히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눈엣가시다. 지난 6월 20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노력은 실효성이 없었다고 발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또다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1분기 중국의 대북 무역이 40% 증가했다며 “우리와 함께 일한 것 치고는 너무 많다”고 비난했다. 외신들은 해당 자료의 출처에 의문을 드러냈지만 중국이 대북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에는 반론이 없었다.

◇ 좁아진 미국의 선택지... ‘울며 겨자 먹기’식 대화 가능성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강경책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선택지는 굉장히 제한된다. 뉴욕 타임즈는 미국이 결국 원치 않는 대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매체는 4일자(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통일한국을 바라지 않는 중국은 북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제재조치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을 배제한 경제적 압박은 효력이 미미하다. 군사적 대응은 한국과 일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뉴욕 타임즈 칼럼리스트는 외교적 접근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문제를 연기할 수는 있다고 말하며 ‘최소한으로 끔찍한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협력을 끝내고 정면대결에 돌입할지 결정하게 될 분기점이라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중국과 갈등의 수위를 높여오는 중으로, 6월 말 미 재무부는 북한과의 불법거래를 이유로 중국 단둥은행을 금융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제재조치를 가했으며, 최근 연달아 시행된 철강수입 장벽강화도 미국 철강시장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명백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백악관이 도입했거나 검토 중인 강경조치들은 현실적·경제적 제약을 뛰어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을 대북제재에 협조하게 하려면 지금껏 미국이 가했던 위협들이 공수표가 아님을 보여줘야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적 압박은 미국에도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철강 산업에 대한 보호조치는 미국 철강제품의 가격을 상승시킬 뿐 아니라 중국의 보복관세 도입도 유발할 수 있다”고 블름버그는 분석했다. 실제 시진핑 주석은 단둥은행 제재 이후 미국에게 양국 관계의 악화에 대해 엄중 경고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