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기업 오너일가 3세의 승계작업에서 극동수산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재계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키워드는 ‘공정’이다. 기업 오너일가의 사익 극대화를 위해 만연했던 각종 부정행위 혹은 꼼수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다.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오너일가는 별다른 노력이나 위험 없이 손쉽게 추가이익을 취할 수 있다. 또한 승계 비용을 줄이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과거 재벌 대기업에서 만연했던 이 같은 행태는 이후 각종 조치가 내려지면서 점차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알짜 중견기업 중엔 여전히 실태가 심각한 곳이 적지 않다.

◇ 부쩍 높아진 내부거래 비중과 마무리 향하는 승계 작업

한성기업도 일감 몰아주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한성기업은 서민, 특히 주부에게 친숙한 식품업체로, 주로 수산가공품을 판매한다. 대표 제품으로는 ‘크래미’가 있다.

1963년 창업주 고(故) 임상필 회장이 설립한 한성기업은 현재 2세인 임우근 회장이 이끌고 있다. 계열사는 한성식품, 한성수산식품, 한성크린텍 등 7곳이며 모두 비상장사다.

계열사 중 오너일가에게 가장 중요한 곳은 극동수산이다. 극동수산은 임우근 회장의 두 아들인 임준호 한성기업 사장과 임선민 한성수산식품 이사가 각각 53.37%, 46.63%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대표이사는 임준호 사장이다. 오너일가 3세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우선, 극동수산은 한성기업을 통해 손쉽게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279억원의 매출액 중 한성기업을 통한 매출액은 203억원이었다. 72.7%에 달한다. 2015년엔 더 심했다. 152억원의 매출액 중 151억원이 한성기업에서 나왔다. 99%가 넘는 내부거래 의존도다. 2014년엔 내부거래 비중이 87.5%였다. 최근 3년간, 극동수산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86.4%에 이른다.

극동수산이 한성기업 오너일가, 특히 3세 경영인인 두 형제에게 중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한성기업의 최대주주는 임우근 회장이다. 임우근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주식은 47.50%다.

그런데 실제 1대 주주는 극동수산이다. 한성기업 지분 19.94%를 보유하고 있다. 임우근 회장의 지분은 18.87%다. 극동수산은 또 다른 계열사 한성식품의 최대주주기도 하다. 38%를 보유하고 있다. 한성수산식품 지분 역시 30%를 보유 중이다.

따라서 극동수산은 한성기업 오너일가 3세 승계의 핵심이다. 사실상 승계작업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한성기업 1대 주주인 극동수산을 최대주주로 변경하면, 자연스레 오너일가 3세들이 한성기업을 손에 넣게 된다. 임준호 사장은 올해 들어 사장으로 승진했고, 동시에 대표이사로 등극했다.

이와 관련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2세, 3세 후계자들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 회사를 승계에 활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편법 중 하나”라며 “특히 잘 알려진 재벌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와 규모가 낮은 중견기업에서 이러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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