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각자만의 '협치'를 주장하며 산적한 국회 현안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6월 2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여야 4당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김동철(왼쪽부터)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여야가 ‘협치’를 강조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 국회의 협치는 실종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법 개편,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때문에 여야가 협치해야 할 시점이지만, 각 당의 입장차로 인해 협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6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에 반발해 추경 심사를 거부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을 향해 추경 심사와 정부조직법 개편 심의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경은 추경이고 청문회는 청문회다. 정부조직 개편은 새 정부가 제대로 일할 기회를 제발 달라는 법안 내용”이라며 “서로 얽히고설킬 일이 없는 내용이다. 오늘 다시 야당에 협조와 당부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추경과 인사로 발목을 잡지 않는다'고 한 말,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줄곧 추경심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던 다짐을 국민이 기억하고 희망을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추경 심사와 정부조직법 개편 등 현안 처리가 야당의 반대로 늦어지는 것에 대해 “민주당은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국회를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며 추경 심사 강행 의지를 밝혔다. 추미애 대표 역시 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을 볼모로 한 떼쓰기 정치는 통하지 않는다. 국민을 인질 삼아 너 죽고 나 죽자식 정당은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며 추경 보이콧을 선포한 한국당과 바른정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추경안 직권상정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정우택(왼쪽) 원내대표와 국회 정상화 차원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자리를 벗어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식 ‘협치’에 반발하는 야권

민주당의 ‘협치’ 제안에 대해 한국당은 “여당이 하고 싶은 인사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다른 것은 다른 것대로 요구하면 그건 협치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우원식 민주당 대표와 비공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 인사문제 때문에 막힌 것이 아니냐. 인사에서 정부·여당이 잘 생각해서 안을 가지고 대화와 타협에 임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이 같이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유리할 때 여론을 말하고 불리할 때는 국정발목잡기라고 하는 것은 협치의 자세가 아니고, 개혁정부가 취할 태도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이 임명 강행 수순이 돼선 안된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를 무시한 채 협치를 거부하고, 국정파트너로서 야당을 무시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황주홍 의원 역시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추경 심사 일정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집권여당이 엄중한 자기 책임을 좀 느꼈으면 좋겠다. 야당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더 큰 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정부와 여당은 최소한의 입장표명을 해야하지만 야당에 대해 귀를 막고 있다. 집권여당은 아무런 노력도, 대안도 없고, 야당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추경 심의 등에) 들어오라고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6일, 우원식 민주당 대표를 향해 “민주당의 유승민이 돼 달라”며 청와대에 직언할 것을 요청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전체회의에서 “과거 새누리당 시절 유승민 원내대표처럼 대통령에게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쓴 소리했던 결기를 (우원식 원내대표가) 보여 달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우원식이 유승민이 되면 문재인이 박근혜가 되지 않을까 걱정 안해도 된다. 우원식이 유승민이 되더라도 문재인이 박근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바른정당이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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