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이 무난하게 끝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첫 시험대를 주시했던 야당도 대체로 ‘합격점’을 줬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확인한 것은 다행이다”(자유한국당) “총론적으로 한미 신뢰회복 및 동맹관계를 강화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국민의당)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바른정당)

강경화 장관은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됐다. 야당은 청와대의 지명철회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청문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임명장 수여식에서 “국회에서 인사 청문 보고서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임명을 하게 돼 유감이지만 지금 우리 상황이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에 닥쳐왔고, 이어서 G20 정상회의가 있는데 외교부 장관 자리를 더 비워둘 수가 없다”고 했었다.

야당이 가장 강하게 반대했었던 강 장관의 ‘무난한 행보’는 청문정국 기류에도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6일 “강 장관을 봐라. 야당도 반대했고 여론도 부정적이었지만 잘 하고 있지 않나. 지금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후보자들도 서두르지 말고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영무 국방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에서는 송·조 후보자에 대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게 제기됐었다. 일부 의원들은 언론과 통화에서 “후보자의 역량 부족을 우려하는 분들이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조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야당의 강한 반대로 추가경정예산안·정부조직법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미 정상회담 후 민주당은 그런 우려를 씻은 듯 보였다. 당 관계자는 “(일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모은 적도 없고, 그걸 모아서 청와대에 전달한 적도 없다”고 진화했다. 역시 야당의 반대를 뚫고 임명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여론도 힘이 됐다. SNS 등에선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일수록 더 믿음이 간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논란이 되고 있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상황을 “좀 보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총리는 한 라디오에 나와 “야당이 절대불가라고 했던 강 장관 지금 잘하고 계신다. 어떤 분이 적임자냐 여부는 좀 더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총리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논란이 되자 재검토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었다.

문제는 국회가 더불어민주당으로만 구성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120석’을 가진 소수 여당의 입장에선 어느 정당이든 협조가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추미애 대표의 말실수가 화를 불렀다. 국민의당의 증거조작 사건을 건드리며 “박지원 전 대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죠”라고 말한 것. 국민의당은 국회 일정을 모두 거부하기로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내가 그런 말 하지 말자고 했는데…”라고 탄식했다.

'강경화 호재'로 인사청문회와 추경 심사를 돌파하려던 민주당이 '추미애 악재'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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