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토론 기간 동안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 변화 <데이터=리얼미터>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였다. 갈 곳을 잃은 보수진영 지지층을 흡수하며 굳건한 1위였던 문재인 후보의 아성을 위협했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층처럼 안정감은 없었지만, 폭발력과 휘발성 만큼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추동력을 잃어가면서 안철수 후보는 결국 3위로 내려앉았다.

대선토론회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실제 4월 13일 SBS토론을 시작으로 4차례 실시된 대선 TV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안 후보의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리얼미터의 4월 1주 주간집계에서 34.1%로 시작했던 안 후보 지지율은 4월 4주 20.9%로 폭락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가능>

◇ TV토론이 당락에 큰 영향 미쳤던 19대 대선

특히 “제가 갑철수입니까”라는 유명한 질문이 있었던 3차 토론회 주간에서 7.5% 포인트나 하락했다. ‘셀프디스’와 ‘기계식 토론’으로 안 후보자 스스로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10명 중 6명이 TV토론을 지켜본 후 후보자를 결정했다는 통계를 감안하면, 더욱 뼈아픈 결과다. 그 사이 홍준표 후보는 ‘세탁기 발언’ 등으로 여론의 관심을 모았고, 문재인 후보와 대립구도를 형성하며 지지층을 불려갔다.

장석춘 중앙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조기에 이뤄진 19대 대선의 특수성으로 인해 선거 캠페인 기간의 축소와 국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증가했다”며 “이로 인한 대선 TV토론의 중요성이 부각된 선거였다”고 분석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선거에 있어 TV토론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한 자리에서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후보자들 사이 토론을 통해 품성과 자질까지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상이 전달하는 표정과 복장 등으로 형성된 이미지는 후보자 선택의 중요한 요소다.

◇ 후보 간 네거티브에 TV토론 취지 변질, 제도개선 필요

다만 현행 TV토론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정책선거가 퇴색되고 후보자들 사이 네거티브 공방 등으로 얼룩지면서 ‘정치쇼’로 전락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에서도 나타나듯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선거운동 방식과 결부되면 오히려 역효과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대선 기간)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팩트체크다. 상대후보 한 사람이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데 이것을 막을 방법도 없고, 패널티도 없다. 입만 열면 거짓말인데 싸울 수도 없고 곤혹스러울 수가 없었다. 팩트체크 센터에서 종합해보니까 70%가 거짓말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선거가 다 끝난 이후에 아무 의미가 없는 시기에 발표됐다”고 토로했다. 신경민 의원은 대선기간 문재인 캠프 TV토론대책 본부장을 맡았던 바 있다.

이에 선거방송 TV토론의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국회의원 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대선 TV토론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내용의 개선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스탠딩 토론에 대한 반성부터 ‘공영방송 법정토론 3회’의 합리성, 사회자의 개입 여부 등 폭넓은 토론이 이뤄졌다. 개선방안으로는 ▲SNS플랫폼 확대 ▲실시간 팩트체크 ▲토론장소 다변화 ▲세분화된 주제선정 ▲종편 등 민간기구로 TV토론 확대 등이 제안됐다.

축사에 나선 우원식 민주당 대표는 “과거의 TV토론 보다는 진일보했지만 개선점이 많았다. 지나친 네거티브와 미흡한 팩트체크로 인해 의미 있는 정책토론이 어렵지 않았나 싶다”며 “후보자 평가가 가능성 TV토론회 구성과 형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의 합리적 판단에 도움이 되는 TV토론이 되도록 방안이 모아지만 국회에서 뒷받침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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