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담에서 유럽과 아시아 정상들이 친밀한 모습을 보인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독자노선을 고수했다. < CNN 홈페이지>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은 더 이상 국제 논의를 주도하지 못했다. G20 회의가 폐막한 8일(현지시각)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공동성명에서 기후협약과 보호무역에 대한 미국의 독립의견을 별도로 언급하며 19개국과 미국이 다른 길을 걷고 있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미국 언론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고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미국에겐 어색한 ‘국제적 고립’의 현실화

CNN은 9일(현지시각) “G20 정상회담 후, 미국은 국제적 외톨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짜 뉴스’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CNN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갈 곳을 잃었으며 그 빈자리는 다른 나라들의 이익으로 채워질 것이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CNN은 새로운 협력관계를 형성해나가는 주요국들의 움직임을 상세히 보도했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G20 정상회담 직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발표했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해당 협정을 “21세기의 모델”이라고 표현했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는 작년 10월에 서명한 자유무역협정을 올해 9월중 발효하기로 합의했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 또한 가까운 미래에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트위터를 통해 G20 회담이 “미국에 엄청난 성과”였다고 밝혔지만 외신들은 동의하지 않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북핵문제·무역장벽 해소문제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는데 실패했으며 엔리케 페나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면전에서 국경 유지비용을 멕시코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해 좌중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미국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12월 개최의사를 밝힌 기후변화 정상회담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 뉴욕 타임즈는 7일(현지시각)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까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수행했던 주도적 역할 대신 모든 의제에서 소외된 모습만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 트럼프에게 남겨진 숙제, 보호무역과 러시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이익이 되는 무역협정을 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뉴욕 타임즈는 7일자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보호무역 정책이 미국에 가져올 영향을 분석했다. ‘자충수’라는 것이 뉴욕 타임즈의 결론이었다.

뉴욕 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검토 중인 철강수입에 대한 제한조치가 전 세계적 무역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유럽 각국의 경제담당관들은 미국이 보호무역조치를 실시한다면 유럽연합 또한 맞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음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 기업 연구소 소속 경제학자인 마이클 스트레인은 뉴욕 타임즈를 통해 유럽과 중국의 보복관세는 미국의 수출업자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가격 상승을 통해 건설업과 주택 공급을 불황에 빠트릴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곧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지지층인 중산층의 피해로 이어진다.

시카고 트리뷴도 보호무역에 대해 뉴욕 타임즈와 의견을 같이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유럽연합은 필요하다면 대응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는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국제적 경제 갈등을 경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서 굉장히 인기가 없기 때문에 반 트럼프 정책을 내세운 유럽의 정치인들이 표를 모을 수 있다는, 보다 정치적인 걱정도 이어졌다.

외부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러시아와의 관계도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수의 매체는 ‘러시아 스캔들’과 그와 관련된 권력남용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공동 사이버 보안기구 구성을 논의했다고 발표한 사실을 집중 보도했다. 해킹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비롯해 서방세계에 대한 각종 사이버 공격의 진원지로 의심받는 러시아와 사이버보안 공동협력팀을 구성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공화당 내부를 비롯해 각계에서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이버보안 기구 논의를 공표한지 반나절 만에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빈축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푸틴과 사이버 보안기구 창설에 대해 논의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밝힌 지 한 시간 만에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은 “그렇다면 애초에 이야기를 왜 꺼냈느냐”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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