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본사 사옥. <가스공사 제공>

[시사위크=정수진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각종 임직원 비리가 들끓으면서 내부 기강 관리를 강조해왔지만 좀처럼 개선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도 ERP 소프트웨어(SAP) 라이선스 구매 계약 업무 과정에서 업무 부적정성이 다수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직무 관련 업체에 향응을 제공받은 직원까지 적발됐다.

◇ SPA 라이선스 구매 업무서 부적정성 무더기 적발

가스공사는 2007년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통합 정보시스템 구축 차원에서 독일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사의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을 도입한 바 있다.

당시 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가스공사는 A업체와 용역 계약을 맺었다. ERP에 대한 국내 독점판권을 가진 곳이 라이선스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파트너(에이전트)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매하는 정책을 갖고 있어서다. 이에 A업체는 에이전트로 B사를 지정했다. B사는 가스공사를 대신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소프트웨어를 납품했다.

그런데 최근 가스공사가 내부감사를 통해 ERP 소프트웨어(SAP) 라이선스 구매와 운영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갖가지 업무상 부적정성이 확인됐다. 가스공사 내부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해당 업무를 주관하는 부처에서는 계약 체결의 대리권을 B사에게 위임하며 계약서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선스 계약이 체결됐음에도 대리권 위임 사실과 계약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2011년 12월 라이선스 계약이 존재함을 인식했음에도 계약서 확보와 확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5월 현재까지도 계약서 전문을 확보하지 못하는 라이선스 계약 관련 업무를 소홀히 했다. 또 이후 계약일이 대리권 위임일보다 선행돼 부당하게 라이선스계약이 체결되는 일도 발생했다.

◇ 직무 연관 업체로부터 골프·해외여행 접대 수수 

이뿐만이 아니다. 가스공사는 2015년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급증함에 따라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SAP 라이선스 구매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입찰 공고는 그해 6월 29일 게재됐다.  그런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가스공사의 팀장급 직원 C씨는 경쟁 입찰의 마감일(2015년 7월9일)이 도래되지 않았음에도 6월 30일 D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허위의 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명세서’를 발주부서장 개인 명의로 확인·서명하는 등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했다. 이후 D사는 구매계약을 체결해 독점적 납품 판매 지위를 누리게 됐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내부감사보고서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계약에서 개인명의로 허위사실을 확인·서명함으로써 특정회사가 경쟁 입찰의 유리한 지위를 가지게 되는 등 계약질서를 문란하게 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직원은 직무 연관 업체로부터 각종 향응도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스공사의 정보시스템 유지 보수 용역 업체 임직원과 2012년 3박4일 해외여행(일본 후쿠오카)과 골프(63홀) 접대를 받았으며, 그 경비 본인부담액을 해당 업체 임직원이 부담했다. 또 2013년과 2015년에도 향응성 해외 여행을 제공 받은 사실도 추가로 적발됐다.

2015년 7월 부서를 옮긴 뒤에도 직무 관련 업체들과의 사적인 접촉은 이어졌다. 가스공사 감사팀은 해당 직원이 2012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장기간에 걸쳐 직무관련자들 로부터 최소 5회 이상의 국내·외 여행과 5회(18홀 기준) 이상의 골프 접대를 받고 525만5,582원(본인 인정 금액 171만9,290원)의 향응을 지속적으로 수수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현재 향응을 수수한 직원은 해임 조치 징계가 내려졌다”며 “이외에 다른 업무 부적정성이 발견된 또 다른 직원은 견책 징계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잦은 내부 직원들의 비위 행위 적발에 대해서는 “뭐라 드릴 말이 없다”며 곤혹스런 기색을 내비쳤다.

가스공사는 수년째 각종 입찰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기관이다. 지난해 말에도 직원 수십명의 향응 접대 사실이 드러나 기관이 발칵 뒤집힌 바 있다.

가스공사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내부 감시 강화를 약속했다.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 역시 윤리경영을 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잇단 직원 비리 적발은 내부기강 해이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한편 가스공사는 201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인 D등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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