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우방건설산업과 시행-시공 내부거래 ‘꿩먹고 알먹고’
에스엠생명과학, 우연아 대표 경영승계 핵심창구 되나

에스엠생명과학은 화장품, 생활용품, 의약외품 등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해왔다. 크레모랩(사진)은 SM생명과학이 개발, 판매중인 코스메틱 브랜드다.<에스엠생명과학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삼라마이다스그룹(이하 SM그룹)의 계열사인 에스엠생명과학(SM생명과학·옛 동양생명과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건설’ 업종에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어서다. 사업다각화를 문제 삼을 수 없지만, 이 같은 수익이 SM그룹 계열사인 우방건설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논란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꿩먹고 알먹고’ 식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인데, 특히 수혜를 얻는 주인공이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장녀인 우연아 대표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은 커지고 있다.

◇ 이름만 생명과학, 돈벌이는 분양사업으로

“건강과 아름다움, 그리고 차별화된 토탈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객님께 드리겠습니다.”

에스엠생명과학 홈페이지에 소개된 회사소개 문구다. 사명 그대로 에스엠생명과학은 화장품, 생활용품, 의약외품 등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본업인 헬스케어 사업이 아닌, 분양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에스엠생명과학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660억원의 매출액 중 분양수익으로만 638억원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제품매출은 22억원으로 전년(28억원)보다 줄었다.

앞서 에스엠생명과학은 지난 2015년 1월 사업목적에 △주택건설 △분양공급업을 추가했다. 그리고 같은달 대한주택건설협회에 주택건설사업자(강원-주택2015-0002)로 등록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주택분양사업에 나섰고, 경기도 광주에서의 분양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수익이 엄청나게 불어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에스엠생명과학은 798세대에 대해 100% 분양에 성공했다. 해당 현장은 1,638억원의 분양 예정 수익금이 잡혀 있다.

주목할 점은 에스엠생명과학이 발주한 사업의 시공을 맡은 곳이 SM그룹 계열사인 우방건설산업이라는 사실이다. 에스엠생명과학이 시행을 맡고, 우방건설산업이 시공을 맡는 방식으로 계열사간 일감을 나눠가진 셈이다.

에스엠생명과학은 지난 2015년 1월 사업목적에 △주택건설 △분양공급업을 추가하고, 계열사인 우방건설산업과 함께 '광주역 우방아이유쉘(사진)' 사업을 진행했다. 에스엠생명과학이 계열사인 우방건설산업과 ‘시행’과 ‘시공’이라는 방식의 거래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분양수익)은 지난해 이 회사 전체매출의 97% 가까이 된다. <광주역 우방아이유쉘 조감도>

공정위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오너일가 지분 보유 회사가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이익(수혜)을 얻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에스엠생명과학의 사례는 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직접 일감을 몰아받아 수혜를 얻은 것이 아니라, 계열사에 일감을 주고 이를 통해 발생한 분양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는 에스엠생명과학과 우방건설산업의 이 같은 내부거래 방식이 공정한 조건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계열사간 매입과 매출이 일어나면 이를 ‘내부거래’로 본다”며 “문제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총수 일가 지분 보유를 떠나 계열사 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해서 지원하는 경우는 시장에서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행위로 판단, (부당내부거래 등) 규제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광주역 우방아이유쉘’ 사업은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졌다. 에스엠생명과학이 계열사인 우방건설산업과 ‘시행’과 ‘시공’이라는 거래방식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분양수익)은 지난해 이 회사 전체매출의 97% 가까이 된다.

◇ 에스엠생명과학 “1회성 사업이었을 뿐… 앞으로 주택분양사업 없을 것”

에스엠생명과학의 이 같은 내부거래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 회사의 지분 전부를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어서다.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그의 자녀인 우명아·우지영 씨가 각각 21.7%를 보유하고 있고, 장녀 우연아 대표는 32.6% 지분을 갖고 있다.

법인등기에 따르면 우연아 대표는 2014년 7월 에스엠생명과학 대표이사에 취임했으며, 우연아 대표의 동생 지영 씨와 명아 씨는 각각 기타비상무이사, 감사로 각각 이름을 올린 상태다.

우오현(사진) SM그룹 회장의 장녀인 우연아 씨가 대표이사로 몸담고 있는 에스엠생명과학이 계열사인 우성건설산업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분양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뒷말이 일고 있다.

에스엠생명과학이 향후 2세들의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주택사업을 통해 마련한 자금이 경영승계를 위한 밑천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우연아 대표가 우오현 회장의 자녀(1남4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에스엠생명과학이 우 대표의 경영승계 전초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SM그룹이 인수를 앞두고 있는 중견건설사 경남기업 역시 에스엠생명과학의 주택건설사업에 힘을 싣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남기업은 ‘경남아너스빌’이라는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토목분야 역량을 갖춘 기업이다. 우방건설산업에 이어 경남기업까지 힘을 보탠다면 에스엠생명과학의 성장세는 기대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배당은 실시되지 않았지만, 향후 에스엠생명과학의 덩치가 커질수록 배당 등을 통해 우연아 대표 등이 얻을 수 있는 수익도 크게 불어난다.

한편 SM그룹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회장품 회사가 갑자기 주택사업을 하다 보니 외부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과거 땅문제 때문에 ‘광주역 우방아이유쉘’ 분양사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앞으로 에스엠생명과학이 아파트 쪽을 (시행사업을) 맡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경기도 광주 사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스엠생명과학은 일감몰아주기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내부거래가 크지 않다. 특혜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 역시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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