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혁위원회 적폐청산 TF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의 진술에 이목이 집중된다. 그는 과거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렸다”고 밝힌 바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당시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권양숙 여사가 2006년 9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회갑 선물로 1억원에 달하는 명품 시계를 2개 선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알지 못했다. 권양숙 여사는 시계를 몰래 보관해오다 박연차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2008년 시계를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 해당 내용이 보도되자 파문은 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도는 허위로 밝혀졌다.

◇ 이인규의 폭로… ‘국정원 기획설’ 사실일까

수사를 지휘한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은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사건 종료 6년 여 만인 2015년 2월 기자들과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는 “국정원 주도로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그는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렸다”면서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당시 국정원의 행위는 “공작수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적폐청산 TF는 사건 당시 국정원 내부에서 허위사실을 만들어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과 청와대의 개입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사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자리에 앉았을 때 발생했다. 적폐청산 TF는 우선 언론사 담당관으로 활동한 국정원 직원들을 부르기로 했다. 상당수가 현재도 국정원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5월13일 SBS가 보도한 논두렁 시계 사건. 열흘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택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이인규 전 부장도 조사 대상이다.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공언해온 그는 최근 JTBC 취재진에게 “조사를 하면 그때 얘기하겠다”고 전했다. 2015년 2월 자신의 말을 인용해 보도된 논두렁 시계 보도의 ‘국정원 기획설’에 대해선 “술자리에서 비보도 전제로 한 발언”이라고 응수하면서도 관련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향후 그의 진술에 따라 국정원의 개입 여부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 측은 같은 날 보도에서 “국정원 측이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전, 시계 얘기를 강조하자고 했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공방전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원 측에선 이인규 전 부장의 폭로를 거짓말로 보고 있다. 사건 당시 언론이 단정적인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제3자가 아닌 수사 관계자가 사실 관계를 확인해줬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즉 검찰에서 논두렁 시계 사건에 대한 정보를 흘렸을 수 있다는 게 국정원 측의 추측이다. 결국 이인규 전 부장의 폭로는 중요 단서이기도 하지만 사건 이해당사자의 면피성 발언일 수 있다.

한편, 이인규 전 부장은 논두렁 시계 사건의 배경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내용과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양숙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는 것.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2009년 7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현재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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