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유라 씨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유라 측 변호인 오태희 변호사가 정유라 씨에 대해 “살모사 같은 행동으로 장시호 보다 더 하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의뢰인을 상대로 독설을 퍼부은 격으로 매우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난태생인 살모사는 새끼가 태어나면서 어미를 죽이는 것 같다고 하여 어미를 죽이는 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발단은 정씨가 변호인단의 만류를 뿌리치고 삼성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데서 시작됐다. 최순실 측 이경재 변호사에 따르면, 정씨는 12일 새벽 5시 빌딩 앞 승합차에 탑승한 뒤 종적을 감췄다가 재판 직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에 최씨 측 변호인단은 ‘특검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특검은 강요한 사실이 없으며, 정씨가 출석의사를 밝힌 뒤 이동지원을 요청해 도움을 줬다는 입장이다. 정씨도 “여러 만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검사님이 신청했고, 판사님이 받아줬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자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정씨 측 변호인단은 정씨의 증인 불출석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었다.

재판에 출석한 정씨의 증언도 어머니 최씨를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특검은 삼성의 정씨에 대한 말 구입 등 지원은 대가성 뇌물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삼성 측 지원과 관련해 “2020 도쿄 올림픽 준비와 관련해 승마선수 육성 차원에서 지원한 걸로 알았다”며 “어머니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최씨에게 ‘왜 삼성이 나만 지원을 하느냐’ 물었더니 “‘그냥 조용히 해. 왜 자꾸 물어봐’라고 화를 냈다”는 증언을 내놓기도 했다.

또 2015년 독일에서 자신이 타던 말 ‘살시도’의 이름변경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정씨는 “어머니(최씨)가 ‘삼성에서 너만 지원해준 게 알려지면 시끄러워진다. 삼성에서 시킨대로 해야 하니까 토 달지 말고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살시도’의 소유주가 삼성으로 표기돼 있어 이를 감추기 위해 ‘말 세탁’을 한 것으로 의심했었다. 정씨의 이 같은 증언이 이 부회장과 최씨,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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