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대변인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 가운데 자필메모 일부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문건 300여 종이 발견됐다. 해당 문건 중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인지하고 기회로 활용한다는 내용도 나왔다. 청와대는 이 문건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14일 오후 박수현 대변인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번 정부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을 발견했다”며 “문건이 발견된 캐비닛은 사정 부문에 놓여 있었다.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캐비닛을 정리하다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견한 날짜는 지난 3일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어 “자료는 회의 문건과 검토자료 등 300종에 육박한다”며 “내용별로 수석비서관 회의자료, 2014년 6월 11일부터 2015년 6월 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기타 자료”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발견된 문건의 원본을 ‘대통령 기록물’로 보고 국정기록 비서관실로 이관했다. 다만 문건에 비밀표기가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자필메모의 문건은 기록물로 볼 수 없어 일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내용이다.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이라고 적혀있었다. 최순실 등이 삼성으로부터 승마지원을 받고 승계를 도왔다는 혐의에 중요 증거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민정비서관실 자필메모 문건

해당 메모를 누가 작성한 것인지는 현재까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다만 정황상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작성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건이 발견된 장소가 민정비서관실 사정부문이라는 점에서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메모로 추정되는 문건이 상당수 함께 발견됐다는 게 근거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 재직 당시 우병우 수석은 민정비서관을 맡고 있었다. 문건에 나타난 작성시기도 우 전 수석의 근무기간과 상당부분 겹친다.

이밖에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 중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도 있었다. ‘문화 예술계 건전화로 문화 융성 기반 정립’ ‘건전 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이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자필메모로 보이는 문건도 상당수 공개됐다. 일부 언론의 간첩사건 무죄 판결 보도에 대한 메모, 전교조의 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우익단체를 조직해 반대선언을 공표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적혀있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들 자료는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돼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박영수 특검팀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가 있다. 관련 자료들이 이번에 발견됨에 따라 그 사본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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