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이른바 보수야당이 14일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추경이 국회에 제출된 지 38일 만이다. 38일간 한국당은 “국가재정법 89조에 맞지 않는 추경안”이라며 꾸준히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바른정당도 ‘국가재정법에 어긋나는 추경’이라며 한국당과 궤를 같이 했지만, “일단 심사는 한다”는 입장이었다. 보수야당은 국가재정법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의 추경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사실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6월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이래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은 “국가재정법 89조에 의거해 추경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다만 국민의당·바른정당은 추경안 제출 당시 “일단 심의에 참석해 삭감이 필요한 예산은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한국당은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충원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12일 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추경 심사에 합의했다. 당시 이 같은 합의로 정치권은 6월 임시국회 기간(6월 27일) 내 추경 통과를 점쳤다. 하지만 지난 5일 한국당·바른정당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 강행에 반발하며 ‘추경 보이콧’에 돌입했다. 다음날인 6일 국민의당도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일명 ‘머리 자르기’ 발언에 반발해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6월 임시국회 내 처리될 것 같았던 문재인 정부 첫 추경이 무산됐다. 하지만 한국당·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이 김상곤 사회부총리 임명 강행에 반발해 추경 심사를 보이콧 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은 상당했다. 민주당은 “민생 추경과 인사청문회는 다르다”면서 추경은 따로 떼서 심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 여론도 보수야당의 ‘추경 보이콧’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의 지지율 추락이 이를 증명해줬다.

보수야당이 '보이콧'을 선언한 이유를 하나씩 뜯어보면 석연치 않거나 말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여당이었던 박근혜 정부 시절 4년간 3번이나 추경 통과를 밀어붙인 전력을 빼 놓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모 의원은 “사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일 때 4년 간 3번의 추경을 통과시킨 전력이 있어서 ‘국가재정법에 어긋난다’고 말하는 게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또 ‘인사 임명 강행’이라는 이유 역시 바른정당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사청문회와 추경 심사간 연계는 없다”고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 6월 26일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후 바른정당은 14일 정책국 보도자료를 통해 “인사청문회와 추경을 연계하고 싶지 않았지만…”이라고 입장을 냈었다. 

결국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보수야당이 추경을 반대한 셈이 되는데 여론의 반발에도 추경 심사를 반대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는 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해답은 한국당 소속 한 의원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었다. 14일 국회에서 만난 이 의원은 추경 심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지금 한미 FTA 재협상에 들어가는 등 여러가지 국가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고, 국회가 본연의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쯤하면 이 정부에 워닝(warning)을 준 게 아니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야당의 존재감을 경고하기 국민을 볼모를 위험한 게임을 벌였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만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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