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7일 재판참석을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범계 민주당 최고위원이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승계 자필메모’ 문건의 작성자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의심했다. 문건의 작성시기가 우병우 전 수석의 ‘민정비서관’ 재직시절과 겹친다는 점에서다.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범계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작성시기를) 2014년 6월부터 2015년 6월 사이 1년 사이 문건이라고 봤다. 당시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특히 특정한 장소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거기 관계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자필문건의 주 작성 주체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사람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포함해 소환조사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작성자는) 밝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필메모가 너무나 선명하고, 관계자는 기십 명 내외 정도”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3일 민정수석실 재배치 과정에서 300여 종의 문건이 민정비서관실 사정부문 캐비닛에서 발견됐다. 이 가운데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이라고 적힌 자필메모도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는 ‘최순실 국정농단 재판’의 중요한 증거물로 보고 검찰에 넘겼다.

문건의 ‘증거능력’이 인정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는 불리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시점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명 이후라는 점을 들어 뇌물공여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자필메모의 작성시기는 그보다 이전인 2014년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면 삼성 측 논리가 깨질 수 있다.

문제는 작성자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확언하지는 않았지만, 우병우 전 수석이 작성자일 것으로 의심하는 분위기다. 문건의 발견장소와 작성시기가 모두 우 전 수석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민정비서관을 지냈고, 이후 민정수석으로 영전한 바 있다. 설사 우 전 수석이 직접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연관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문건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우 전 수석은 “언론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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