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전 남편이자 정유라 씨의 친부 정윤회 씨도 2014년 11월 발생된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다시 한 번 오를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최순실-정유라 씨가 다시 찾은 사람은 정윤회 씨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출석 문제로 갈등을 빚게 된 모녀가 전 남편과 친부를 매개로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당초 유라 씨는 2014년 5월 부모의 이혼을 겪은 뒤 아버지와 거리가 벌어졌으나, 올해 5월 덴마크에서 강제 소환된 이후 부녀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수감 중인 최씨 대신 정씨에게 의지해왔던 것. 최씨가 정씨에게 “유라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배경이다.

◇ 장시호의 법정 폭로 “그래도 유연이 아빠인데…” 

물론 정씨 또한 딸의 돌발행동을 막진 못했다. 정씨는 유라 씨에게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나가지 말라고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라 씨는 재판 당일 새벽 특검팀에게 연락을 취한 뒤 기습적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이후 변호인들과는 연락을 끊은 상태다. 현재 변호인들은 정씨를 통해 유라 씨를 설득 중이다. 유라 씨가 아버지와는 연락을 계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에서 어미를 죽이는 ‘살모사’로 불리게 된 딸 때문에 정씨는 고민이 적지 않다.

당장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본격화될 경우, 유라 씨의 폭로 여부가 중요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유라 씨는 한때 최씨의 측근으로 불린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에게 “아버지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형님동생하는 사이”라고 말할 정도로 집안 돌아가는 형편에 무지하지 않았다. 여기에 최씨의 사촌 장시호 씨는 지난달 29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 최씨가 ‘그래도 유연이 아빠인데 VIP가 덮어줘야 한다. 민정에서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정윤회 씨는 지난 5월17일 YTN과 인터뷰에서 “재조사를 한다면 받아야지 별수 없지 않느냐”며 검찰 수사에 응할 방침을 밝혔다. <방송화면 캡처>

앞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에 재조사 방침을 밝혀왔다. 조국 민정수석은 ‘정윤회 문건’이 “국정농단 사건의 출발점”으로 해석했다. 사건 발생 당시 의혹을 철저히 규명했더라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때마침 경찰도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 검찰 조사를 받았던 최경락 전 경위의 자살 사망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조사의 핵심은 최경락 전 경위가 문건을 정말로 유출했느냐를 밝히는 것이다. 문건 내용 조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최경락 전 경위는 ‘민정수석실이 자신을 회유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억울한 것은 검찰 조사를 받은 이들만이 아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수사를 지휘한 유상범 광주고검 차장검사도 “부끄럼 없이 사건을 처리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사건 재조사를 통한 명예회복을 바랐다. 지난달 8일 창원지검장에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좌천된 데 대한 불만의 표시인 셈이다. 사건 관계자들이 재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 정윤회, 문건 의혹 부인… “재조사 응할 방침”

사건 당사자인 정씨도 “이번 기회에 허위 사실을 (민정수석실에서) 왜 썼는지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신과 사건은 무관하다는 것. 그는 지난 5월17일 YTN과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선임 보좌관에서 물러난 이후 국정에 개입하지도, 차명전화를 이용해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과 통화하지 않았다”면서도 “재조사를 한다면 받아야지 별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의 한 아파트로 이사해 칩거와 가까운 생활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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