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최저시급을 역대 최대 수준인 16.4%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편의점 점주들의 인건비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도시락을 고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시장규모 20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던 편의점 산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인상되면서, 아르바이트 고용이 필수인 편의점 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된 것. 일각에서는 오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릴 경우, 점주들의 수입이 50%가까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본사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증권사 “2020년, 편의점 점포 수입 50% 줄어”

편의점 점주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7년 만에 최대폭인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점주들 사이에서는 “알바가 사장보다 많은 돈을 벌게 됐다”면서 폐점도 불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편의점 사장들의 배부른 엄살로 치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증권시장에서는 이번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 산업의 위축을 예상하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17일 하나금융투자의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영향 분석’에 따르면 평균 일매출 180만원을 벌던 점주의 월 순수입은 356만원에서 305만원으로 14%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다음의 계산에 따른 것이다. 기존 월매출 5,472만원에서 유통수수료와 가맹수수료 등을 제외한 가맹점주 수입은 1,067만원인데, 여기서 임대료와 인건비‧공과금 등이 포함된 가맹점주 비용 711만원을 제외하면 가맹점주 월 순수입은 356만원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16.4% 상승(16시간 근무 기준)할 경우, 인건비는 기존 311만원에서 362만원으로 51만원 상승한다.

한화투자증권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매출 185만원인 가맹점주의 한 달 수익은 약 400만원 전후인데, 가정대로 최저임금 1만원이 시행될 경우 2020년 점주의 수익은 50%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은 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 유통업체들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특히 편의점산업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들의 수익성 악화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가맹본사에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하나투자증권 박종대 연구원은 “정부의 인건비 지원금은 주로 중소기업에 해당되는 것으로 편의점 가맹점주와는 무관해 보인다”면서 “가맹점주 수입 보전을 위한 가맹본부의 정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 “점주 지원 방안 검토 중”… 편의점 ‘빅3’ 이구동성

하지만 가맹본사는 위기에 처한 점주들의 사정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가 짙다. 국내 편의점 시장을 90% 차지하고 있는 편의점 ‘빅3’(GS25‧CU‧세븐일레븐) 어느 곳 하나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A편의점 관계자는 “전국 1만개에 이르는 점포에 달마다 10만원씩만 지원해도 본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10억원, 1년이면 120억원이 든다”면서 “본사 부담을 줄이면서도 가맹점주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곳 역시 사정은 같다. B업체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단계로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C사 역시 “최저임금 인상 이슈에 대해 본사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본사와 점포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안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 최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편의점 사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가운데, 가맹본사가 어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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