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는 "공정위가 가장 무섭다"고도 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정부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대기업들의 불공정 경쟁에 제동을 건 김상조 위원장은 프렌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관행에도 칼을 뽑았다. 공정위의 광폭행보에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제일 무섭다”고도 했다.

공정위의 활약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이미 예견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이노믹스’ 입안자로 김상조 위원장을 꼽고 있다. 제이노믹스란 보육·교육·의료·안전 등 사회적 서비스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내수’를 진작해 성장을 견인한다는 경제정책 기조다. ‘소득주도성장론’으로도 불린다. 김상조 위원장은 교수시절부터 소득주도성장론의 성패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달렸으며, 공정위의 역할을 중요하게 봤었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기에 공정위의 위상강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 ‘공정한 시장경제’ 표방한 문재인 정부, 공정위 위상강화는 필연

김 위원장의 의지도 굳건하다. 그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지적도 달게 받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프렌차이즈 업계 ‘갑질’에 공정위가 법집행을 제대로 못했다는 질의가 나오자 그는 “조금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대신 “공정거래위원회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엄격한 법집행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부상을 두고 ‘문재인 정부 주요 사정기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자유한국당의 한 고참당직자는 “역대 정권들은 형태나 기관은 달랐지만,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중용하는 사정기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한 시장경제’를 표방한 만큼, 공정위가 핵심 사정기관으로 부상할 것이란 얘기다.

실제 역대 정권을 살펴보면 이 같은 관측은 설득력을 갖는다. 남북 체제대결이 이어지며 정보전이 치열했던 박정희 시대에는 중앙정보부(중정)가 핵심 기관이었다. 국무총리와 집권당 원내대표,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모여 국정을 결정하는 자리에도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했던 자리가 중정부장이었다.

10·26 사건으로 새롭게 등장한 권력기관은 보안사다.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보안사의 정보력을 기반으로 대통령까지 올랐다. 전 전 대통령의 비호 아래 보안사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됐고, ‘보안사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 정권의 지향점 따라 권력기관 위상도 천차만별  

박근혜 정부의 주요 요직을 독점했던 검찰은 문재인 정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뉴시스>

‘독재시대’를 지나 민주정권이 수립된 이후부터는 법률상 명백한 ‘권한’이 있는 기관으로 위상이 넘어갔다. 대표적으로 부상한 것이 검찰이다. 특히 김영삼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 받는 ‘하나회 척결’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기소권 독점과 정권의 각종 게이트 수사를 맡으면서 검찰은 명실상부 최대 권력기관으로 자리매김 했다.

‘경제권력’이 부상하기 시작했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세청과 감사원, 공정위 등도 주목받았다. 검찰의 ‘개혁의 대상’으로 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등 권력기관과 거리를 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정기관들을 국정운영에 이용하시라고 조언했더니, (노 전 대통령이) 국정원과 검찰을 이용해 통치한다면 참여정부는 역사에 가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다시 전성시대를 맞이한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등 주요 요직에 검사 출신이 배치됐고,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까지 장악했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소속 법사위 한 관계자는 “한 정권에서 특정 권력기관이 부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정권의 목표와 지향점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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