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주범으로 알려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도리어 길어진 수감 생활 탓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취임 한 달만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에 시동을 걸었다. 필요할 경우 자신이 직접 진상조사위에 참여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다. 그는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피해자 코스프레 여부까지도 세세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것. “가릴 것은 가리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는 게 도종환 장관의 생각이다.

정작 블랙리스트 주범으로 알려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태도엔 변함이 없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관리한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도리어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사약을 받으라면 깨끗이 마시고 끝내겠다”며 으름장을 놨고, 조윤선 전 장관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 3일에 열린 결심공판에서다. 이날 두 사람은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6년을 구형받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복잡한 심경을 나타냈다. “법정에서 나온 증언, 진술 등을 들어보니 옥석을 가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몸소 느꼈다”는 것. 무엇보다 건강 문제가 불안했다. 실제 그는 지난 5월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한 바 있다. 78세 고령인데다 수감 생활로 평소 앓고 있던 심장병이 악화됐다는 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주장이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조윤선 전 장관은 상심이 컸다. “블랙리스트 주범으로 몰려 구속된 상황”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사건이 끝난 뒤에도 (남게 될) 낙인”이 우려스러웠다. 뿐만 아니다. 수감 생활이 곤욕스럽다. 교도관에게 5분 간격으로 시간을 묻는 등 강박 증세를 보였고, 식사를 거부해 귤만 먹기도 했다. 방에서 생쥐가 나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조윤선 전 장관의 남편이자 변호인 박성엽 변호사의 걱정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수감 생활이 길어지면서 건강 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몸을 자주 움직여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유를 받고 독방에서 틈틈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조윤선 전 장관도 요가 지도사가 펴낸 책 등을 반입해 읽고 있다는 후문이다. 재판부는 오는 27일 두 사람에 대한 선고를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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