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그룹은 여전히 일부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계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최저임금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여건을 개선하고, 만연했던 갑을관계를 바로잡고, 부당한 이익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다. 오너일가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등장한 이러한 꼼수는 여러모로 우리 경제계의 건강을 해쳐왔다. 법적 규제가 마련돼 주요 대기업의 실태는 많이 나아졌지만, 규제를 벗어난 중견기업들은 여전히 심각한 곳이 적지 않다. 이에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중견기업들의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 3세 승계 마무리 단계… 내부거래 해소는 숙제

화승그룹은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실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곳 중 하나다.

1953년 설립된 화승그룹은 고무신을 만드는 회사에서 시작했다. 이제는 세계 유명 브랜드 신발을 제조 및 판매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 분야로 진출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화승그룹은 현재 창업주 고(故) 현수명 회장의 아들인 현승훈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또한 장남 현지호 화승알앤에이 부회장과 차남 현석호 화승엔터프라이즈 부회장이 아버지를 보좌 중이다.

국내에만 10개가 넘는 계열사를 둔 화승그룹은 지주사 격인 화승알앤에이를 꼭지점으로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화승알앤에이는 화승소재, 화승엑스윌, 화승티엔드씨 등의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또한 화승인더스트리 지분 17.5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다시 화승인더스트리는 휴노믹, 화승엔터프라이즈 등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남 현지호 부회장은 화승알앤에이의 최대주주(19.98%)이고, 차남 현석호 부회장은 화승인더스트리의 2대 주주다. 사실상 3세 승계는 마무리 단계라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더 복잡한 내부거래 실태다. 화승네트웍스의 경우, 20곳이 넘는 계열사를 통해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 4,700억원의 64%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때 80%를 훌쩍 넘던 것에 비하면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화승엔터프라이즈 역시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402억원 중 5,416억원을 화승인더스트리를 통해 올렸다. 84.5%에 해당하는 수치다. 모두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 화승 비나가 화승인더스트리에 판매한 것이었다. 화승엔터프라이즈와 화승인더스트리 모두 오너일가, 특히 차남 현석호 부회장의 영향력이 큰 곳이다.

이 같은 실태는 벌써 수년 째 비슷한 양상을 이어오고 있다. 승계작업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직접적인 지분 보유 등이 해소되기도 했지만, 내부거래 그 자체는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화승그룹은 2013년 시작한 승계작업이 이제는 거의 마무리 된 상태”라며 “이 과정에서 화승알앤에이의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오너일가를 위해서만 집중한 측면이 컸다. 규제는 피해있지만 여전히 높은 비율의 내부거래가 존재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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