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성과연봉제에 공무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여야의 추경협상 과정을 지켜보던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공무원증원’에 반대하는 3당이 “국민세금으로 철밥통을 늘릴 수 없다”식의 논리를 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국민혈세만 좀먹는 악의 무리냐”고 성토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금융관련 공공기관 소속 A씨(38)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다고 ‘칼퇴근’하고 편하게 일을 한다며 철밥통으로 매도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사회복지사와 경찰이 주로 언급되지만, 일반직 공무원의 업무강도도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복지부 사무관의 과로사와 같은 예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내 전체적인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는 “적어도 주변 동료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 공무원들의 분노 “공직사회 이용해 사익 취했던 세력들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소속 B씨(44)는 직접적으로 ‘자유한국당’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구출신인 B씨는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입장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그는 “50대 이상은 잘 모르겠지만, 30~40대 공무원들은 자유한국당에 반감이 크다”며 “‘철밥통’ 공직사회를 옥죄어 사익을 취하려던 세력이 과연 누구였느냐”고 반문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을 향한 공무원들의 분노는 최근 추경안 협상과 관련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추경예산에 사회복지사·소방·경찰·집배원 등 공무원 증원을 위한 예산을 반영했다. 야권은 공무원 증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문제는 증원반대의 논거로 공무원 사회 전체를 ‘철밥통’으로 매도하면서, 적으로 돌렸다는 점이다. 실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공무원을 늘리면 철밥통 천국이 될 것”이라며 공무원들을 자극했다.

이를 두고 보수진영 내에서도 다소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있다. 선거경력이 풍부한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증원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공방의 프레임이 좋지 않다”며 “공직사회는 보수성향이 강한데, 자칫하면 우리당의 지지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는 일”이라고 걱정했다.

◇ 보수성향 강했던 공직사회, 공무원연금·성과연봉제 계기로 이탈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을 추진하자 공무원 일부가 "연금개악"이라며 국회에서 기습 반대시위를 벌였었다. <뉴시스>

사실 공공기관과 공기업 근무자, 군인, 교직공무원 등이 포함된 공직사회는 정치와 관련해서는 보수성향이 강했다. 이들의 가족들을 포함하면 대략 200~300만까지 숫자는 늘어난다. 민주진영에서 ‘보수에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무관치 않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민주진영 인사들은 이들을 보수진영의 부동표(不動票)로 분석, 민주진영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안간힘을 썼다. 국민의 정부에 몸담았던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공직사회의 적대감은 컸다. 어떻게 같은 편으로 만들어야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공직사회의 지지성향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공무원연금개혁과 성과연봉제가 직격탄이 됐다. 특히 성과연봉제와 관련, 공정한 성과측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반발이 컸다.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우대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내부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4.13 총선의 결과도 공직사회의 변화가 이끌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야권이 분열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낙승이 점쳐졌지만 참패했고, 현재까지 패배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당시 낙선했던 자유한국당의 한 전직의원은 “공천갈등 때문에 졌다는 것은 마치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 시험을 망쳤다’는 말과 똑같다”며 “공천갈등은 야권이 더 심했다. 주요정책으로 인한 보수지지층 이탈이 분명히 있었다”고 설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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