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17위의 중견건설사 계룡건설에서 정규직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정규직 직원의 0.2%인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전 서구 문정로에 위치한 계룡건설 본사 전경. <다음 로드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새 정부 주문에 맞춰 사회 전반에 근로환경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한 건설사가 이와 정반대된 행보를 걷고 있어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대전을 연고로 둔 시공능력평가 17위의 계룡건설. 직원수 1,000명이 넘는 중견기업인 이 회사에서 정규직 여직원의 수는 전무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만이 드문드문 흔적을 보일 뿐이었다.

◇ ‘남자만 우글우글’… 계룡건설의 시대착오적 인재관

계룡건설은 직원 구성에 있어 극심한 성비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건설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남초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본지가 금융감독원에 공개된 계룡건설의 직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실태는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올해 1분기 계룡건설의 정규직 여직원 수다. 752명의 정규직 직원 중 여직원은 단 2명뿐이다. 비중으로 보면 정규직 직원의 0.2%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직원 수로 봤을 때도 여직원이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미미하다. 전체 1,080명의 근로자 중 27명(2.5%)만이 여성이다.

계룡건설 남초현상의 심각성은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분명해진다. 올해 1분기 10대 건설사의 여직원 비율은 9.2%수준으로 알려졌다. 남직원 선호 분위기가 뚜렷한 건설업계에서 그나마 선진적인 기업 문화가 조성돼 있다는 10대 건설사의 남직원과 여직원간 비율이 10대1이 채 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회사 규모를 불문하고 건설사들의 보수성이 여전하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극소수에 불과한 여직원들이 회사에 머무는 기간도 잠시다. 계룡건설의 1분기 정규직 여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으로 나타났다. 2명의 정규직 여직원마저 입사 후 2년도 안 돼 회사를 그만둔다는 얘기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업태 특성상 남직원 수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선 현장의 여직원 채용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 설명대로 계룡건설의 여직원 수가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과거 9~13명에 머물던 계룡건설의 여직원의 수는 지난해 23명으로 증가해 올해 1분기에는 27명까지 늘었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미약하나마 전체 직원에서 여직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오름세다. 지난해 처음으로 2%대 진입에 성공한 계룡건설의 여직원 비중은 앞서 언급한대로 2.5%로 소폭 상승했다.

◇ 2년 만에 떠나는 정규직… 빈자리 채운 비정규직 여성들

하지만 이 역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계룡건설은 줄어든 정규직 여직원들의 빈자리를 비정규직 여성들로 채우고 있었다. 최근 7년 사이 계룡건설의 정규직 여성 근로자수는 13명에서 2명으로 감소한 반면, 계약직 여성 근로자는 0명에서 25명으로 증가했다. 정규직 여직원 감소와 동시에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7.03년에서 1.9년으로 축소됐다.

계룡건설의 이 같은 성비불균형은 최근 사회분위기와 어긋난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9년간 권력을 장악해 온 보수 정권이 막을 내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정부 기조에 맞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노동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성비 균형 맞추기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장관 비율을 30%로 맞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 현재 19개 장관급 자리 중 5자리(26%)를 여성으로 채워 공약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5자리 가운데 하나인 국토교통부 장관에 여성인 김현미 장관이 임명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YWCA연합회 이주영 부장은 “이번 정부에서 남녀 간 임금격차를 기존 36.7%에서 OECD 평균인 15.6%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필수 인데, 이와는 반대로 여성 비정규직 비중을 늘려간다는 건 새 정부 국정기조를 거스르는 행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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