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 한국을 떠나 독일에 머물고 있는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그가 한국으로 건너온 것은 2012년 말이다. 본사에서 판매전략을 담당한, 입지가 탄탄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한국 시장에 투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시장이 중요해졌다는 의미였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고, 돌연 그가 사라졌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의 이야기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된 그는 현재 한국에 없다. 지난 19일 열린 첫 공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출장차 독일로 향한 그는 회사 측에 “건강상의 이유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검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사장’인 그였기에 이런 식으로 한국을 떠나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들었다.

덕분에 상황이 무척 복잡해졌다. 1년여의 수사 끝에 시작된 재판은 ‘신병확보’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았다. 요하네스 타머 사장이 이대로 계속해서 귀국하지 않는다면, 절차에 따라 그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독일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자국민이자 유력 경제인인 그를 쉽게 보내줄리 만무하다.

물론 그가 건강상의 문제를 해결한 뒤 스스로 돌아올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지위와 책임을 완전히 놓아버릴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될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조직적 도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1월 요하네스 타머 사장이 기소되자, 마커스 헬만 사장을 선임하며 ‘2인 사장 체제’를 구성했다. 마커스 헬만 사장은 본사에서 법무 관련 업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요하네스 타머 사장을 도피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한국 무시’ 행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배출가스 조작파문이 터진 뒤 유독 국내에서만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환경부에 제출한 무성의한 리콜계획서가 대표적이다.

고객 배상에 있어서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등지에서의 배상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였다. 이에 일부 고객들은 현재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5년 전, 많은 기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한국으로 건너온 요하네스 타머 사장은 이제 ‘도망자’가 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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