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기념도서관이 세워진 서울 마포구 상암동 1762번지에 대한 토지 매매에 이견이 없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혀 3년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소미연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벌써 3년째다.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이 세워진 서울 마포구 상암동 1762번지에 대한 토지 매매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토지는 서울시에서 소유한 시유지다. 당초 서울시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 위탁관리를 맡기는 대신 공공도서관 운영과 기부채납을 약속받고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하지만 기념도서관이 준공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시도시공원조례가 개정되면서 재단이 위탁관리할 수 있는 기간이 최대 10년에 불과하자 재단에선 토지 매입을 희망했다.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 서울시와 재단, 토지 매매에 이견 없지만… 

문제는 기념도서관이 위치한 지역의 일부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다.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재단에 넘어갈 경우, 공공도서관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우상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에 서울시는 2014년 8월 토지 매매를 보류하기로 입장을 번복했다. 그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현재 재단은 기념관만 문을 열었다. 도서관은 지난해부터 올해 7월 개관을 목표로 준비해왔으나, 공공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어 개관 시기를 미뤘다. 

개관을 앞둔 도서관의 성격은 아직 분명하진 않다. 재단은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료를 찾아볼 수 있는 전문도서관을 주장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기본적으로는 공공도서관으로 개관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따라서 재단은 빠르면 올해 안에 개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토지 매입에 대한 입장엔 변함이 없었다. 한 관계자는 20일 기자에게 “서울시에서 제발 땅을 팔았으면 좋겠다. 팔겠다고 한다면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장 살 것”이라면서 볼멘소리를 냈다. 서울시에 대한 불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는 달랐다. 서울시도 토지를 매각해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반대 의견을 가진 진영을 “계속 설득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재단 측에도 “지역 주민과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취지로 공공도서관의 기능을 요구해왔다. 다만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목소리가 약했다. 시 예산이 아닌 모금으로 재단이 운영되고 있는 데다 양측이 작성한 협약서상 도서관의 개관 시기를 지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협약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없었다.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이 문을 연 2012년 2월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관식에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뉴시스>

임대주택과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재단에서 공공도서관으로 개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개관을 하지 않았을 뿐 실제 면적, 좌석수, 장서 등 세 가지 법적인 요건을 모두 갖췄다”면서 “처음부터 기념관 건립에 공공도서관 운영을 요청한 것으로, 현재 기념관만 먼저 개관했다고 해서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도서관에 구비될 책의 목록이다.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토지 매각을 통해 그 금액으로 시민들이 느낄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별도로 짓는 게 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협약서상 토지 영구 무상사용 “차라리 팔아야”

서울시는 한때 재단의 토지 무상사용에 대한 특혜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 “이미 협약을 맺을 때부터 영구적으로 무상사용을 약속”한 만큼 “토지 사용료를 부과하기 어렵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때문에 특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무상사용으로 두는 것보다 “법령상으로 정해져 있는 감정가로 토지를 매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물론 재단과 맺은 협약서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았다. 재단에 제재 또는 요구를 할 수 있을 만큼 협약서가 세부적으로 작성되지 않았다.

앞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전 국민 화합 차원이었다. 당시 행정자치부는 서울시로 부지 사용 협조를 요청했고, 재임 중인 고건 서울시장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와 2001년 12월31일 협약서를 체결했다. 준공은 10년 만에 이뤄졌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기념관을 개관했으나, 도서관은 5년이 넘도록 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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