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중요한 국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수입항구인 딴중쁘리옥 항.<뉴시스/신화>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경제성장을 지속 중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매력적인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해외경제포커스’에서 금주의 포커스로 ‘동남아 외환위기 경험국들의 경제안정화 성과와 과제’를 선정했다. 한국은행은 태국 등 동남아 주요 4개국의 경제발전수준을 분석하고 한국 투자·수출시장과의 접점을 찾았다.

◇ ‘외환위기 딛고 경제성장’은 한국과 비슷... 산업구조는 아직 취약

태국과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난 2000년대 이후 연 5% 내외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환율을 안정화시켰으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주가가 2000년경에 비해 6~13배 수준으로 크게 상승했다. 인도네시아는 4개국 중 주요지표가 가장 불안정했던 국가였지만 현재는 물가와 금리수준을 낮게 유지하는데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연한 정책운영을 통해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끌어올린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적자재정정책을 통해 경기활성화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건전성까지 보강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외환위기 당시 40~50%까지 치솟았던 은행의 부실대출 비율을 200억달러가 넘는 유동성 지원책을 통해 2~3% 범위에서 안정시키는데 성공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파산전문 법원을 설립해 부실기업이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산업구조의 고도화 속도가 더뎌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내실 다지기’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을 불러왔다. 교육수준 제고와 지역별 불균형 완화가 우선과제로 뽑혔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늘어난 주택수요의 영향으로 부채수준이 높아진 것 또한 주의해야 할 점이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특히 GDP 대비 부채수준이 높아 금융리스크 관리노력이 요구됐다.

◇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배 돌리는 선박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은 국제무역시장에서의 입지도 높였다. 한국이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동남아시아 시장과 산업구조에 내재한 특성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한국과 동남아시아가 인프라시장에서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다고 봤다. 동남아시아의 인프라 투자수요 규모는 2030년까지 총 3조1,4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아시아개발은행, 2017년 자료). 그러나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동남아시아의 투자규모는 역내 경제통합을 지연시켜 산업구조 고도화를 저해하고 있다. 지난 6월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를 주최하며 세계 각지의 신흥국들과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있는 한국이 문을 두드리기 좋은 시장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AIIB 등 다자개발은행을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해 국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 가속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

새롭게 개편되는 국제무역구조도 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내수 중심의 중도성장으로 전략을 바꾼 중국 대신 동남아 시장을 새로운 자본재 시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이미 국내 수출업계에서 포착되고 있다. 한국의 대 아세안 수출비중은 지난 2016년 14%를 넘겨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소재·부품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아래로 떨어진 대신 아세안 시장의 비중이 16.5%에서 18%로 상승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재 내수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 또한 한국기업의 동남아시장 진출에 돛을 달아준다. 이미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높은 동남아시아는 중위연령이 현저히 낮다. 2010년대 들어와 확대되기 시작한 사회보장제도가 높은 소득불평등수준을 해소해 중산층을 양성한다면 동남아시아의 소비재시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동남아 4개국이 산업 및 무역구조 다변화와 기술혁신 등의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의 수출전략도 이에 부응하여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앞으로도 소비와 투자를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정부 및 기업의 적극적인 시장선점과 투자확대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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